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짜 냄새만 맡았죠 냄새만.”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포수 강민호(40)는 언젠가부터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라고 했다. 그럴 만했다. 2023시즌까지 KBO리그에서 2000경기 이상 출전한 역대 22명의 선수 중 한국시리즈를 1경기라도 뛰어보지 못한 ‘유이’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런 강민호는 2024시즌 마침내 소원을 이뤘다. 한국시리즈 냄새를 맡고 가을야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제 2000경기 이상 나간 선수들 중 한국시리즈 냄새를 못 맡아본 선수는 손아섭(37, NC 다이노스)이 유일하다.
2004년에 데뷔해 20년만에 소원을 이뤘지만, 막상 한국시리즈 냄새를 맡아보니 냄새만 맡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강민호는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을 눈 앞에서 바라보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최고참으로서 막상 준우승이 확정되자 후배들을 달래느라 정신없었지만, 막상 한 숨 돌리고 보니 우승반지가 더욱 간절해졌다.
강민호는 지난달 31일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를 통해 한국시리즈를 돌아봤다. 괌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에 녹화한 영상이 이날 공개된 듯했다. 3개월 가까이 지났으나 작년 10월28일, 준우승 순간의 아쉬움을 잊을 수 없다.
강민호는 “진짜 (한국시리즈)냄새만 맡았죠. 냄새 맞고 싶다고 하니까. 진짜 플레이오프 때 LG 이기면서 딱 올라갔을 때, 마음이 ‘이제 됐다. 이제 (한국시리즈)가서는 져도 괜찮아. 대신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어떻게 보면 저쪽(KIA 타이거즈)은 우승을 해야 하고, 우리는 도전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좀 편안한 마음으로 했는데 2위를 하니까 우승 세리머니도 봐야 하고, 이게 막 악에 받치더라고요”라고 했다.
어떤 야구인들은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서 중도 탈락하는 것보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훨씬 잔인하다고 말한다. 상대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상실감이 상상 이상이라는 얘기다.
강민호의 얘기를 듣던 김태균 해설위원은 자신도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준우승을 해봐서 강민호의 마음을 안다고 했다. 김태균 위원은 당시만 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이후 한국시리즈 냄새도 못 맡고 은퇴했다. 강민호만큼은 꼭 우승하라고 격려했다.
그렇게 강민호는 더 이상 한국시리즈 냄새만 맡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획득에 도전한다. 올해 삼성은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이다. 겨우내 FA 시장에서 최원태를 영입해 아리엘 후라도~데니 레예스~원태인~최원태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의 1~4선발을 구축했다. 5선발도 좌완 이승현 등 타 구단들에 비해 약하지 않다. 젊은 선수들이 정체기를 겪지 않고 베테랑들과 조화가 이어지면, 올해 역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강민호는 올 시즌을 마치면 FA 계약만 네 번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개인적인 동기부여에 그만한 게 없다. 규모가 얼마든, 어떤 팀과 계약하든 FA 네 차례 계약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 여기에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미 7차례 수상한 골든글러브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꿈이 훨씬 클 듯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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