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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지난해보다 안정적인 마운드 구상이 가능할 것 같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은 지난달 27일 첫 피칭을 시작한 이후 1일까지 모든 투수들이 한 차례씩 불펜 투구에 임했다. 불과 몇 번의 투구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지만, 특히 선발 투수들이 준비를 잘해온 모양새다.
두산은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토종에이스' 곽빈은 무려 15승을 수확하며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지만, 외국인 선수들과 4~5선발이 문제였다. 시작은 믿었던 외국인 선수들로부터 시작됐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비롯해 브랜든 와델이 개막 한 달 만에 줄줄이 선발진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KBO리그에서 보여준 것들이 많았던 투수인 만큼 두산은 이들이 몸 상태를 회복하고, 기존의 폼을 되찾을 수 있게 시간을 제공했다. 하지만 알칸타라는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면서 짐을 싸게 됐고, 브랜든의 경우 조금 더 인내를 갖고 기다려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두산은 브랜든과 결별한 뒤 조던 발라조빅을 영입, 브랜든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는 시라카와 케이쇼를 데려오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도 실망스러웠다. 후반기부터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발라조빅은 2승을 수확하는데 머물렀고, 시라카와는 팔꿈치 이슈로 인해 계약기간을 끝까지 소화하지 못하고 두산을 떠났다. 게다가 브랜든은 끝내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외국인 1~2선발들이 모두 이탈한 가운데 4~5선발진도 문제였다. '루키' 최준호는 5월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좋은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최원준 또한 기복이 있는 모습 속에서 6승 평균자책점 6.46으로 시즌을 매듭지었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있었다면, 몸 상태를 완벽하게 되찾은 최승용이 정규시즌 마지막 두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1회를 비롯해 2승을 수확했다는 점이었다.
지난해 곽빈과 최원준을 제외하면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해준 선수가 없었던 만큼 두산은 올해 선발 진을 구성하는데 공을 들인 결과 메이저리그 통산 '28승'의 콜 어빈을 영입했고, 꼼꼼한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토마스 해치와 계약을 파기, 잭 로그를 품에 안으며 외국인 선수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외국인 선수들과 곽빈에 대한 이승엽 감독의 기대감은 매우 크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15일 구단 창단 기념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외국인 선수가 축을 잡아준다면, 곽빈까지 1~3선발은 국내 톱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들이 잘 적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스프리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5선발도 자리를 잡는다면, 투수진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단 선발진의 준비는 착실히 돼 가고 있는 모양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은 곽빈은 첫 불펜 피칭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고, '메이저리그 28승' 콜 어빈과 잭 로그 또한 벌써 두 차례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두산은 내야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것을 비롯해 4~5선발도 찾아야 하는데, 특히 선발 후보들이 이를 갈고 스프링캠프에 임하는 모습이다. 4선발 유력 후보는 최승용이며, 5선발 자리를 놓고 김유성과 김민규, 최준호, 최원준 등이 경쟁을 펼치는 구도. 최승용과 김유성, 김민규 등은 지금까지 세 번의 불펜을 소화했으며, 투구수도 무려 80구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최원준 또한 겨우내 개인훈련의 결과를 불펜 피칭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박정배 투수 코치는 "외국인 투수와 국내 선수들을 가리지 않고 투수진 전반적으로 준비를 잘한 게 느껴진다. 선발 후보군과 불펜 자원들 모두 각자 목표한 바가 확실한 만큼 의욕이 느껴진다"며 "전반적인 흐름이 좋지만 개개인 상태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시키고 있다. 지금의 모습을 실전까지 이어간다면 지난해보다 안정적인 마운드 구상이 가능할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5선발 후보인 김유성은 첫 피칭에서 40구를 시작으로 60구-80구를 뿌리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유성은 "지난해 피닉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 그리고 지금까지 흐름이 잘 이어지고 있다. 전력분석팀에서 '팔 스윙을 짧게 가져가면서 하체 밸런스에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 확실히 공에 힘이 붙은 느낌이 들고, 트래킹 데이터도 좋게 나온다"며 "캠프는 준비 과정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이 모습과 이 밸런스를 유지해 팬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이 온전히 돌아간 적이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두산. 선발진이 안정된다면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볼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의 임기 마지막 시즌, 두산이 어떤 결과를 거두게 될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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