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가고시마(일본) 최병진 기자] ‘레전드’ 정운(제주SK)이 재계약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운은 2016시즌 제주에 입단해 입단해 군복무 기간(2018년 6월~2020년 1월)을 제외하면 지난 시즌까지 무려 8시즌을 제주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K리그 통산 213경기로 제주 현역 선수 중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정운은 올시즌을 앞두고 2년 재계약까지 체결하며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2일 제주의 2차 전지훈련 장소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정운은 먼저 “다른 팀도 그렇겠지만 지금 분위기는 너무 좋다. 시즌이 얼마 안 남은 만큼 긴장감도 있고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의 경쟁도 있어서 설레기도 한다. 그리고 시즌이 다가오기에 압박감도 있다”고 전지훈련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개막이 빠르다 보니까 지난 시즌보다는 훈련 강도가 줄어들기는 했다. 지난 시즌에는 정말 한 달 내내 체력 훈련만 했는데 올해는 2주정도 하고 일본으로 와서 연습경기를 하고 있어서 선수들한테는 좋은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철과 김근배가 은퇴를 하면서 최고참이 된 정운은 “이전부터 고참이라는 타이틀이 있었고 팀에 오래 있어서 최고참에 대해 특별히 생각한 건 없는데 (구)자철이 형이 없으니까 빈자리가 또 큰 것 같다. 그만큼 (임)채민이나 (임)창우, (남)태희 등 고참들도 더 잘 뭉쳐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에는 팀에서 잔소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을 더 바라보고 지켜보고 있다. 큰 틀에서 우리가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어떻게 하자고 이야기하는 선수는 따로 있고 그들을 돕는 게 지금 나의 위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자철이형을 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형이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더 밝게 하거나 선수들이 오히려 가벼워지면 무거운 말도 해줬다. 선수들에게 강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이렇게 한 번 해보는 게 어떤지 물어본다. 지금도 자철이형이랑 통화를 많이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더 많은 선수들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정운은 울산 현대고 유스 출신으로 2008년 K리그에 우선 지명을 받았고 명지대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2012년에 콜업되며 울산 현대(현 울산 HD)에 입단했으나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채 다음 시즌에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정운은 크로아티아 무대에 진출했고 2016년에 제주와 계약을 체결하며 늦게 K리그에 데뷔했다.
정운은 “이렇게까지 제주에서 오래 뛸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한국에서 아픔을 겪고 외국을 나갔다. 그리고 복귀도 군대를 해결하려고 한 것인데 한국에 돌아와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에는 유럽에 다시 나가 도전을 하고 더 큰 목표도 있었는데 어느덧 10년 가까이 뛰고 있다. 상상도 못 한 일”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항상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선수들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동기부여를 많이 한다. 이번에는 뭘 해야 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만나면 어떤 부분을 발전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면서 발전했다. 매년 경쟁을 하면서 좋은 작용이 일어났다. 사실 실력이 부족하면 한 팀에서 10년 동안 뛸 수 없는데 매년 나의 싸움에서 승리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주에 와서 가족을 이뤘고 팀에서 강등과 승격 등 여러 추억이 많다. 이제는 그냥 제주가 내 팀이다”라고 강조했다.
제주의 전신인 유공코끼리 시절부터 보면 구단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은 274경기로 현재 FC서울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기동 감독이 주인공이다. 213경기의 정운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워낙 선수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저한테는 또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작용을 할 것 같다”고 경신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이번 재계약 협상은 쉽지 않았다. 정운도 선수 커리어 말미가 다가오면서 여러 고민도 했고 구단과의 견해 차이도 있었다. 하지만 동행은 이어졌다.
정운은 “사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재계약에 대해 자철이형, 근배형 등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다른 팀에서 1~2년 하는 것보다 이 팀에서 경기를 못 나가고 큰 도움을 주지 못해도 의미 있게 은퇴를 하려면 팀에 무엇인가 남기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가장 컸다. 미래를 시작할 때에 제주에서 마무리를 하는 게 저와 구단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느꼈고 그러면서 협상도 잘 됐다. 아직도 확실한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돌아본다면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도자를 할지 어떤 일을 할지 확실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제주라는 구단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운은 제주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제주를 떠난 선수들한테 제주만한 팀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많이 후회하고 아쉬움을 느끼더라. 지금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못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렇게 평가하는 팀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나를 비롯한 선수들의 만족감이 높다”며 “제주도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에 있는 축구팀이다. 관강객도 가장 많다. 이런 곳에서 우리만의 색깔과 문화, 방향성 등을 잡아간다면 다른 팀도 제주라는 팀을 다르게 바라볼 것 같다. ‘제주 경기장은 제주만의 분위기가 있어’ 이런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주도민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올시즌 컨셉은 ‘원 팀’이다. 김학범 감독을 비롯해 베테랑, 어린 선수들 가릴 것 없이 팀으로서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운은 “2016시즌에 3위를 했을 때 아무도 제주의 높은 순위를 예상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7위를 했기에 지금 당장 우승을 한다는 건 어렵겠지만 팀으로서 조직을 갖추고 한 두 경기 승리한다면 무섭게 작용할 것이다. 감독님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누구 하나 특별한 선수가 없다. 팀으로서 경기를 하지 않으면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반면 팀으로 잘 뭉칠 때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도 이제 이런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리어의 남은 목표도 분명하다. 정운은 “선수들이 꼭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나도 그 대회를 뛰면서 정말 많이 성장했고 눈도 높아졌다. 정말 소중한 경험인데 ACL을 통해 선수들이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고시마(일본)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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