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늙은이는 그 자리에서 물러날 필요가 있다.”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2)는 지난달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스프링캠프로 향하면서 다시 한번 6번타자를 소망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얘기를 또 꺼냈다. 더 이상 자신이 4번타자를 맡는 게 팀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뒤에서 젊은 타자들을 서포트하는 게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다.
2025년, 마침내 최형우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최형우가 자연스럽게 클린업트리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꽤 있다. 물론 전제조건들이 있다. 김도영이 작년에 버금가는 생산력을 보여줘야 하고, 외국인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KBO리그에 무사히 안착해야 한다. 그리고 나성범이 지난 2년간의 부상 악령에서 완전히 벗어나 예전의 파괴력을 되찾아야 한다.
전부 ‘~라면’이지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우선 김도영은 올해 실질적인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릴 선수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이정후처럼 메이저리그 포스팅이 가능한 시점까지 쭉 KBO리그 탑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자신의 타격자세가 완벽히 갖춰졌고, 기술, 경험, 운동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정점을 향하고 있다.
최형우는 외국인타자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보수적 시선을 갖는 게 맞다. 실제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88홈런을 쳤음에도 볼삼비가 나빴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KBO리그 투수들의 스피드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스피드보다 평균 5~10km 떨어지기 때문에 타이밍을 늦춰 공을 좀 더 오래 보면 자연스럽게 변화구 유인구에 속는 비중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렵지 않게 적응해 리그를 폭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나성범은 지난 8~9월에 이미 종아리, 햄스트링 부상 악령에서 완전히 벗어나 정상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시리즈까지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물론 본인은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는 새로운 시작이라며 경계심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자신도 현역 시절 다리가 아프고 2년이 지나자 감각이 완전히 돌아왔다면서, 나성범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예감하기도 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정말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이들이 동반부진해 최형우가 4번타순에 들어와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최형우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야구는 그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클래스가 남다른 이들이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해 구단 역사를 바꿀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도영, 위즈덤, 나성범의 타순만 마지막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이범호 감독은 일단 위즈덤을 4번타자로 보지만, 타자들의 손을 생각하면 김도영~나성범~위즈덤~최형우로 ‘우좌우좌 3~6번 타순’을 구성할 수도 있다. 최형우를 전략적으로 4~5번 타순에 배치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만약 김도영, 위즈덤, 나성범이 올 시즌 나란히 30홈런을 돌파할 경우 KIA는 해태 시절이던 1999년 트레이시 샌더스(40홈런), 홍현우(34홈런), 양준혁(32홈런) 이후 26년만에 시즌 30홈런 타자 3명 배출에 성공한다. 두 명만 30홈런을 넘겨도 2009년 김상현(36홈런)과 최희섭(33홈런)에 이어 시즌 30홈런 타자 2명 배출에 성공한다.
김도영은 작년에 38홈런을 쳤고,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3년 연속 20홈런을 쳤다. 나성범도 30홈런 시즌이 세 차례 있었다. 1999년 추억의 트리오를 소환할 자격이 충분하다. 더구나 홍현우와 양준혁은 나란히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올해 김도영, 위즈덤, 나성범은 전부 3-30-100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커지면, 최형우도 부담 없이 타격에 임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최형우의 꿈은 어디까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어떻게든 통합 2연패까지 가면 되지만, 올해 중심타선의 조합과 생산력에 관심이 쏠리는 건 사실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