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태균 선배 정말 존경한다.”
박건우(35, NC 다이노스)는 2024시즌까지 역대 3000타석 이상 소화한 모든 KBO리그 현역타자 중 타율 1위(0.327)를 달린다. 은퇴선수, 혹은 해외진출선수까지 전부 포함해도 0.340의 이정후(27,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0.330의 장효조에 이어 3위다.
궁금했다. 지난달 22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스프링캠프로 출국하던 박건우에게 “통산타율 1위, 지키고 싶지 않나요”라고 했다. 그러자 박건우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며 “아니요, 진짜 전혀, 전혀 없어요”라고 했다.
자신이 통산타율 1위지만, 스스로 평가절하했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게, 김태균 선배는 나보다 두 배를 더 나갔다. 그런데 거기서 3할2푼을 쳤다. 이건 정말 힘든 것이다. 김태균 선배나 다른 선배들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존경한다. 우타자의 자부심을 끝까지 지켜줬다”라고 했다.
2024시즌까지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들 중 통산타율 탑10에 우타자는 박건우와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유이’하다. 그런데 박건우는 통산 1256경기서 4880타석에 들어선 반면 김태균 해설위원은 통산 2015경기서 8225타석에 들어갔다.
박건우의 ‘두 배’ 발언은 과장됐다. 그러나 박건우는 자신이 김태균 위원보다 표본이 적으니 통산타율이 7리 앞서는 건 아무런 의미 없다는 얘기다. 탑10에선 이정후와 장효조가 1000경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2000경기를 넘게 나간 타자도 4명이다. 박건우는 이런 측면에서 자신의 1위는 진정한 1위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결국 통산타율 순위는 ‘누가누가 정교하나’의 척도다. 좌타자 일색의 판에서 우타자로 살아남은 것 자체에만 의미를 뒀다. 박건우는 “자부심이 있는 건 1위부터 10위 정도까지의 선수들이 다 왼손타자다. 난 그냥 컨택 좀 좋은 선수였다는 것 정도”라고 했다.
사실 박건우의 걸출한 기록은 또 있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연속 3할을 쳤다. 물론 2015년과 2024년엔 규정타석을 못 채웠다. 그렇다고 해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연속 규정타석 3할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결과적으로 작년 7월26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서 박세웅의 투구에 손목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9년 연속 규정타석 3할도 가능했다.
KBO리그 역사에 9년 연속 규정타석 3할은 ‘양신’ 양준혁과 KBS N 스포츠 장성호 해설위원, 딱 두 명밖에 없다. 두 사람 모두 10년 연속 규정타석 3할에 실패하긴 했어도 엄청난 발자취를 남겼다. 꾸준함의 최고수들이었다. 박건우도 8년 연속 규정타석 3할이니, 충분히 의미 있다.
그러나 박건우는 웃으며 “그거 한다고 뭐가 되나요. 크게 기억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이젠 다른 큰 기록을 한번 할 수 있게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부상과 함께 양준혁, 장성호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놓쳤지만, 정말 의식하지 않았다.
박건우가 그렇게 말해도 사실 통산타율 3위이자 현역 1위, 8년 연속 규정타석 3할은 전부 대단한 스펙이다. 야구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엄연히 기록의 스포츠다.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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