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워낙 좋다고 보고 받아"
롯데는 지난달 20일 1차 대만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선수 41명으로 구성된 명단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명단에 '1라운더' 김태현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롯데는 지난해 9월 열린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광주제일고 출신의 김태현의 이름을 호명했다. 최고 147km의 직구와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김태현은 지난해 광주제일고에서 17경기에 등판해 54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88탈삼진 20사사구, 6승 2패 평균자책점 1.48로 활약했다. 고교 3년 동안의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단 0.90에 불과했고, 통산 36경기에서 103⅓이닝을 소화 140탈삼진 47사사구, 9승 5패 평균자책점 2.01로 매우 훌륭했다.
당시 박준혁 단장은 김태현을 지명한 이유로 "직구의 무브먼트가 좋고, 커브의 각도 및 스피드의 변화, 다양한 구종, 디셉션 등에서 선발 투수로서 충분히 프로에서 활약이 가능한 선수라고 판단했다"며 "좌타자와 우타자의 비율이 1대1인 현재 리그에서 좌투수의 평가는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리고 롯데는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데이터에 큰 기대감을 품었다.
'트래팩' 데이터상 김태현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1.8km로 리그 평균(138.3km)을 훨씬 웃돌았다. 특히 직구의 수직 무브먼트는 53cm로 리그 평균(47cm)를 앞질렀다. 특히 주무기 커브를 통해 오프스피드 피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부여했고, 또래 선수들보다 야구를 비교적 늦게 시작하면서 어깨와 팔꿈치가 싱싱하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김태현을 지명했다. 그리고 이번 프로 선수로서 첫 스프링캠프를 1군에서 시작하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대만 타이난으로 출국에 앞서 김태현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은 배경에 대한 물음에 "김태현은 워낙 좋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부상으로 인해 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으나, 지난 2024년 1라운더였던 전미르도 1라운드 지명과 동시에 1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고, 전열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필승조 역할을 맡는 등 상당한 임팩트를 남겼던 만큼 김태현을 향한 기대감도 커 보였다.
롯데의 지명을 받은 뒤 마무리캠프에서 프로의 '맛'을 봤지만, 막상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둔 김태현의 모습은 상당히 긴장돼 보였다. 김태현은 1군 캠프 합류에 대한 물음에 "마무리캠프를 해보니 아마추어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식단도 잘 돼 있어서 몸을 만들기에 좋았다. 그리고 훈련에 집중도 더 잘 됐던 것 같다"며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롯데에서 김태현을 가장 잘 챙겨주는 선수는 송재영이다. 송재영은 지난해 김태현과 U-23 국가대표로 짧지만 한솥밥을 먹었다. 그리고 신인드래프트 당일 김태현이 롯데의 지명을 받게 되자,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롯데 트레이닝복을 흔쾌히 빌려주기도 했다. 김태현은 '누가 가장 잘 챙겨주느냐'는 물음에 "대표팀에 같이 갔던 (송)재영이 형이 가장 잘 챙져준다"고 수줍게 웃었다.
롯데는 김태현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오프시즌을 활용해 김태현을 일본으로 보내 근육, 가동성 훈련 및 재활, 부상 방지에 특화된 센터에서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1대1 맞춤형 웨이트 프로그램을 소화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이번 캠프에서 김태현은 어떤 것을 얻어오고 싶을까.
그는 "일본에서 뛰는 것을 중요시하더라. 뛰는 폼이 이뻐야 모든 운동을 평균 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열심히 배웠고, 잘 유지하려고 한다"며 "캠프에서는 체력과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 특히 박세웅 선배님께 슬라이더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첫 1군 캠프에서 오버페이스다. 김태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형들과 선배님들, 코치님들이 '오버페이스 하지 말고, 주말 리그에 맞춘다고 생각해'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시즌을 잘 준비해서 부상 없이 1군에서 던지고 싶다"며 '신인왕'에 대한 물음에 "결과는 내가 내는 것이 아닌 던지다 보면 나오는 것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좌완 선발 기근에 시달렸다. 김태현은 롯데의 고민을 덜어내 줄 수 있는 특급유망주. 고교 시절의 데이터만으로도 프로 선수들을 앞질렀던 만큼 캠프에서 많은 경험치를 쌓는다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프로 무대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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