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이제 TV가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예능 본다"…지상파·종편 초긴장
요일별 예능 편성까지…넷플릭스의 새로운 편성 전략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넷플릭스의 세력 확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존 드라마·영화 콘텐츠에 집중하던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한국형 예능 편성 전략까지 가져가며 국내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SBS와의 콘텐츠 협약을 통해 ‘런닝맨’,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인기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을 확보한 데 이어, 이제는 '주관식당'(토), '도라이버'(일), '동미새'(월), '추라이 추라이'(수), '미친맛집'(목) 등 요일별 예능을 정기적으로 편성하며 국내 방송사들의 전유물이던 ‘주간 예능’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 시청자들은 더 이상 TV 편성을 기다릴 필요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매일 새로운 예능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전통적 방송사들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넷플릭스가 공격적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끊임없이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이후, '더 글로리', '길복순', 'D.P.', '마스크걸' 등 다양한 한국 드라마·영화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국내 OTT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그동안 넷플릭스에서 한국 예능은 상대적으로 실험적인 장르로 머물러 있었다. '솔로지옥', '피지컬: 100' 등 일부 작품이 흥행했지만, 지상파·종편처럼 요일별 정기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방식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넷플릭스는 요리 토크쇼(주관식당), 버라이어티 게임쇼(도라이버), 동호회 탐방(동미새), 인터뷰 토크쇼(추라이 추라이), 미식 여행(미친맛집) 등 다양한 장르의 예능을 요일별로 편성해, 마치 지상파 방송국처럼 시청자들의 습관적인 소비를 유도하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특히 SBS와의 협약을 통해 기존 인기 예능을 플랫폼에 도입한 것과 더불어,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하는 예능까지 공격적으로 편성하면서 국내 방송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SBS 측은 넷플릭스와의 협약을 발표하며 "이번 협약은 ‘지상파 TV를 넘어 글로벌로 가자’는 SBS의 미래전략에 기반한 것”이라며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K-콘텐츠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국내 콘텐츠 소비 시장을 빠르게 접수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해석 될 수 있다.
물론 넷플릭스의 요일별 예능 편성은 방송국 입장에서는 큰 위기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기존 TV 방송은 고정된 편성 시간에 맞춰 예능 프로그램을 소비해야 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예능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시청층은 TV보다 OTT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평균 연령대가 50~60대 이상으로 올라간 반면, 넷플릭스의 주요 가입층은 20~40대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지상파의 예능 편성 전략을 가져가면서 젊은 층의 시청 패턴을 완전히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기존 방송사들은 제작비 상승과 광고 시장 축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넷플릭스가 자체 예능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지상파와 종편이 보유한 핵심 경쟁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상파의 전략을 그대로 가져와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기존 방송사들이 반격에 나설지는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 방송 시장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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