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배님 얘 20바퀴 해도 다 잡아.”
KIA 타이거즈의 올 시즌 9시 야구는 역대급으로 편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떠났으나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기존 메인 셋업맨 전상현도 있다. 때문에 이범호 감독은 조상우를 6~7회 전천후로 기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여기에 곽도규와 임기영, 유승철, 김기훈, 이준영 등이 버티고 있다. 김도현이나 황동하 중 한 명도 롱릴리프로 시작할 전망이다. 사실상 전원 필승조가 가능한 수준이다. 부상 관리, 피로도 관리만 잘 되면 된다.
그런데 편안한 9시 야구는 투수들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2024시즌 최다실책 1위 KIA는, 특히 이 대목을 경계해야 한다. 작년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를 취재했을 당시에도 수비훈련을 꽤 촘촘하게 했다.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가 공개한 영상들을 보면, 올해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 역시 수비훈련을 충실히 소화하는 듯하다.
갸티비는 5일 외야수들의 수비훈련을 담았다. 커피 내기를 겸한 훈련이었다. 코치가 던져주는 공과 함께 출발해 낙구지점을 미리 잡은 뒤 포구하는 훈련이었다. 최고참 최형우가 유독 자주 넘어져 후배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잡지 못하거나, 미리 자리를 잡지 못할 경우 실책으로 간주했다. 최형우와 이우성이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한 끝에 결승을 치렀다. 결승은 난이도가 올라갔다. ‘코끼리 코’로 10바퀴를 돈 뒤 출발하는 것이다. 이우성은 놀랍게도 침착하게 중심을 잡아 성공한 반면, 최형우는 10바퀴를 돈 직후 그자리에 철퍼덕 쓰려져 폭소를 유발했다. 심지어 공이 최형우의 몸을 때리면서 완벽한 ‘몸개그’가 됐다.
억울한 최형우는 이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거 하는 사람 100달러 준다”라고 했다. 아때 가장 먼저 나선 선수가 외야수 박정우였다. 박정우는 최형우의 엄격한 관리감독(?) 끝에 코끼리 코 10바퀴를 돌았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최형우가 던져준 공을 잡았다.
재밌게 훈련이 마무리됐지만, 박정우는 이 영상에서 시종일관 날렵한 움직임, 깔끔한 포구를 선보였다. 현재 팀에서 외야수비력 하나만 따지면 탑이다. 어깨도 상당히 강하다. ‘호령존’ 김호령이 1군 캠프에 오지 못하면서, 일단 박정우가 올해도 1군 외야 대수비 1순위라고 봐야 한다. 발도 빠르고 타격에도 자질이 있다. 쓰임새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KIA 외야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퇴단했으나 이우성이 외야로 복귀하면서 작년의 밀도를 유지했다. 최원준,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주전라인업에 최형우가 간혹 수비를 할 수 있다. 이창진과 박정우는 사실상 주전급 백업이다. 대타 요원으로 김석환도 있다.
특히 박정우가 올해도 편안한 9시야구의 조력자가 될 전망이다. 최원준, 이우성, 나성범 모두 많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백업이 적절히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 최형우에게 100달러를 받은 박정우가 올해도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이어간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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