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KT 위즈 2025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큰 고민은 단연코 포수다. 주전 포수 장성우가 탄탄한 기량을 자랑하지만 이제 포스트 장성우를 준비해야 한다.
2015년부터 장성우는 KT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다. 2할 중반대의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장타력, 남다른 클러치 능력까지 발휘했다.
해가 갈수록 공격력은 원숙해지고 있다. 2024시즌 장성우는 131경기에 출전해 112안타 19홈런 81타점 타율 0.268 OPS 0.805를 작성했다. 홈런과 타점, 장타율(0.450), OPS에서 커리어 하이를 썼다.
반면 수비, 특히 도루 저지 능력은 하락세를 보인다. 야구 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장성우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20~30%에 달하는 도루 저지율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14.6%로 감소하더니, 2024년은 14.9%가 됐다. 단순히 도루 저지율만 내려간 것이 아니다. 지난 시즌 도루 시도율도 10.0%로 2015년(10.3%) 이후 가장 나쁜 기록이 나왔다.
물론 도루 저지는 포수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합을 맞추는 투수의 투구폼과 주자 견제 능력도 중요하다. 또한 베이스의 크기가 늘어나 도루가 쉬워진 리그 환경도 한몫했다. 그렇더라도 장성우는 올해 35세 시즌을 맞이한다. 늦기 전에 포스트 장성우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KT의 고민이 드러난다. KT는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5명의 포수를 포함했다. 장성우는 물론 조대현, 강현우, 김민석, 여기에 '천재 타자' 강백호까지 포수 마스크를 쓴다.
'포수' 강백호가 가장 놀랍다. 강백호는 지난 시즌 30경기에 출전했다. 당초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를 지명타자와 우익수로 번갈아 가며 기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 31일 한화 이글스전 강백호가 선발 포수로 나섰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는 장성우가 힘들 때마다 포수로 나간다"고 했다.
장단은 뚜렷했다. 강백호는 포수로 출전한 경기에서 8홈런 15타점 타율 0.291 OPS 0.947을 기록했다. 다만 수비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투입된 만큼 쉽지 않았다. 9이닝당 폭투+포일 허용률(Pass/9) 1.008을 기록, 24경기 이상 뛴 포수 중 가장 나쁜 성적이 나왔다. 그 결과 강백호는 후반기부터 지명타자로 돌아갔다.
일단 강백호는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쓸 전망이다. 데뷔 후 2년간 외야수로 뛰었고, 이후 2년은 1루를 봤다. 최근 3년은 대부분 지명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고교 시절 이후 제대로 포수를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다.
강현우와 조대현도 중요한 기로에 섰다. 강현우는 6~7월 집중적으로 기회를 받았다. 타율 0.308 OPS 0.933으로 공격력은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블로킹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2군에서 잔여 시즌을 보냈다.
그다음 선택은 조대현이었다. 조대현은 2022년 1군을 밟은 이래로 가장 많은 26경기를 소화했다. 타율도 0.306을 찍으며 쏠쏠한 컨택 능력을 보였다. 적은 표본이지만 도루 저지율 70%를 찍으며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승선해 준플레이오프 1경기에 출전했다.
조대현은 99년생, 강현우는 01년생이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둘 다 병역 문제를 일찍 해결했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태인데, 공격력에선 월등한 강백호마저 포수로 도전장을 냈다. 두 선수는 2군에서는 더 보여줄 게 없는 상태다. 1군 경험이 필요한데 가뜩이나 부족한 기회를 강백호와 나눠야 한다.
김민석은 2024 신인 드래프트 10라운드 97순위로 KT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시즌은 퓨처스리그에서 뛰며 48경기 25안타 타율 0.281의 성적을 남겼다. 김민석은 당장 1군에 기용되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본 선택으로 보인다.
보통 1군 엔트리에서 포수에게 허용된 자리는 두 자리에서 최대 세 자리다. 장성우와 강백호는 고정이다. 남은 한 자리를 상황에 따라 강현우와 조대현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군 캠프에 있는 김준태도 얼마든지 백업 자리를 노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강백호는 포수와 지명타자를 오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시즌을 넘어 앞으로도 포수를 보게 될지도 미지수다.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장성우는 시간 배분이 필요하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포수 자원 성장이 없다면 KT의 시즌 운용은 꼬일 공산이 크다. 이강철 감독이 어떻게 포수 교통정리를 해낼지 주목된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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