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멜버른(호주) 심혜진 기자] "제 보직은 투수입니다"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이태양(35)이 자신의 보직에 대해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해 눈길을 모았다.
이태양은 지난 9일 네 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투구수는 50개까지 늘렸다. 11일 휴식 후 12일과 13일 이틀간 마지막 훈련에 나서는데 이때 라이브 피칭이 예정되어 있다.
이태양은 지난해 7월 오른쪽 팔꿈치 골극 제거 수술을 받고 6개월 재활을 거쳐 호주 1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벌써 팔꿈치만 세 번째 칼을 댔다. 하지만 수술을 한 선수답지 않게 페이스가 빠르다. 벌써 실전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태양은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때부터 ITP(단계별 재활프로그램)를 시작해서 태국에 갔다가 호주 캠프까지 와서 계속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쉬는 시간 없이 하고 있는 거지만 선수들이 시즌 치를 때 나는 못했기 때문에 그때 쉬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쉼 없이 계속 재활을 하는 부분은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잘 만들어놔야 작년에 못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화 구단은 수술 후 재활 중에 있는 이태양, 김민우, 정이황 3명의 투수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였다. 선발로 활약했던 김민우는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유망주 정이황은 8월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태양 역시 팔꿈치 수술이다.
그래서 한화는 이 3명의 투수들을 태국에 보내 재활을 하게 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약 한 달여간 태국 파타야에서 재활에 매진했다. 이들과 함께 투수 문동주, 윤대경, 김종수가 자비로 합류해 태국 미니 캠프가 꾸려졌다.
태국 멤버 중 최고참이었던 이태양도 구단의 움직임에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구단에서 생각을 해주셔서 선수들을 따뜻한 곳에 보내주셨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잘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했다. 그게 지금 호주 캠프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리어 내내 선발, 구원을 가리지 않고 던져온 전천후 투수 이태양에게 올해 보직에 대해 물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
이태양은 자신의 보직에 대해 "그냥 투수인 것 같다. 매년 해보니깐 선발도 하고 불펜도 하지 않나. 그래서 나에게는 투수가 맞는 것 같다.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지는 게 투수다. 그래서 내 보직은 투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화 캠프 투수 중 류현진 다음 고참인 이태양은 올해 투수들을 보면 든든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태양은 "팀 일원으로서 봤을 때 양적으로는 많다. 하지만 마운드에 올렸을 때 믿음을 확실하게 줄 수 있는 선수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엔 (주)현상이었다. 1이닝은 무조건 막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당연히 다 좋은 투수들이지만 모든 투수들이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투수들이 더 생겨야 마운드가 조금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베테랑으로서의 시선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평균 구속으로 따지면 우리 팀이 가장 빠를 것이다. 나 빼고(웃음).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선수 본인들이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양은 "저도 그렇지만 팀적으로도 기대를 갖고 스프링캠프에 임한다. 매년 전력 강화를 했고, 이번에는 신구장까지 생겨서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하고 있다"고 한층 높아진 기대감을 전했다.
멜버른(호주)=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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