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매우 크다. 흔히 한 해 농사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할 정도. 그런데 삼성 라이온즈는 2024시즌 외국인 타자의 성적이 가장 나빴다. 팀의 주포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단 소리다. 올해는 정상을 노리는 가운데 르윈 디아즈의 활약에 시선이 모인다.
지난해 삼성의 외인 타자 농사는 실패했다. 시즌 시작에 앞서 데이비드 맥키넌과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90만 달러)에 사인했다. 당시 삼성은 맥키넌은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라고 설명했다.
맥키넌의 공격력은 시원치 않았다. 타자 친화적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홈으로 쓰는 데도 72경기에서 80안타 4홈런 타율 0.294 장타율 0.386에 그쳤다. 홈에서는 장타율 0.481로 나쁘지 않았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장타율이 0.292로 급감했다. 5월 18일 4호 홈런을 친 이후 32경기 무홈런 수렁에 빠졌다.
KBO리그 올스타전이 맥키넌의 마지막 무대가 됐다. 맥키넌은 올스타전에서 투런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홈런으로 우수 타자상을 받았다. 고릴라 복장을 하고 나와 팬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스타전이 끝난 뒤 삼성에서 방출됐다.
루벤 카디네스가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됐다. 삼성은 카디네스와 연봉 32만 7000달러, 옵션 10만 달러, 이적료 5만 달러 등 총액 47만 7000달러에 계약했다. 삼성은 "카디네스는 2021년부터 매년 20개 내외의 홈런을 기록한 장타자로 홈런을 기대하는 팬들의 바람을 채워줄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시작은 화려했다. 카디네스는 KBO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첫 번째 아치를 그려냈고, 세 번째 경기에서는 3안타와 더불어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부상이 덜미를 잡았다. 7월 26일 대구 KT 위즈전 카디네스는 첫 타석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 검진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카디네스는 계속해서 불편함을 호소했다. 8월 6일 복귀전에서 애매한 경기력으로 '태업' 논란까지 샀다.
결국 삼성은 카디네스를 방출, 급하게 르윈 디아즈를 데려왔다. 삼성은 "디아즈는 라이온즈파크에서 필요한 일발 장타력뿐만 아니라 1루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팀에 헌신적인 태도와 열정을 가진 선수로 KBO 리그에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디아즈의 정규시즌은 평범함에 가까웠다. 29경기에서 31안타 7홈런 19타점 타율 0.282 OPS 0.849를 기록했다. 홈런 파워는 입증했지만 떨어지는 선구안과 아쉬운 득점권 타율(0.188)이 발목을 잡았다.
그 결과 2024시즌 삼성의 외국인 타자 성적은 바닥을 찍었다. 삼성 외국인 타자는 108경기에서 119안타 13홈런 60타점 타율 0.293 OPS 0.805를 합작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삼성의 외국인 타자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0.98로 리그 최하위다. 9위 한화 이글스가 2.13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크다.
디아즈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반전을 만들었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투런 홈런을 신고하더니, 2차전 연타석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 4안타, 벼랑 끝에 몰린 5차전 연타석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디아즈는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5홈런 10타점 타율 0.353 OPS 1.202로 압도적이었다. 5홈런으로 삼성 소속 단일 시즌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선수가 됐다. 라이온즈 파크에서만 홈런을 친 것이 아니라,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도 두 개의 홈런을 신고한 것이 더욱 고무적.
압박감이 심한 무대에서의 활약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즌 도중 급하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탄탄한 준비 속 한국에 완벽하게 적응한다면 더욱 좋은 성적을 기대케 한다.
삼성은 디아즈와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재계약 배경에는 포스트시즌 활약이 깔려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은 2025시즌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선 디아즈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이번 시즌 삼성은 외국인 타자의 덕을 볼 수 있을까.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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