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한국 누아르란 무엇인가. 한국 누아르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표상하고 있는가. '누아르의 타자들'은 이 두 개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국 누아르 영화의 시간적·공간적 맥락을 적극적으로 확장한다. 유럽과 할리우드는 물론, 일본과 홍콩의 누아르 영화들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전 지구적 혼종성의 산물인 한국 누아르 영화의 계보와 계열을 정리하는 것이다. ‘정신분석’과 ‘사회비평’의 경계에 있는 그 명징한 언어는 독자들을 필름 누아르라는 어둡고 위협적인, 그러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심연으로 잡아당긴다.
이 책은 첫 번째 질문, 한국 누아르란 무엇인가를 규명하기 위해 역사적인 접근과 구조적인 접근을 취한다. 한국 누아르의 궤적을 여러 인자들의 영향 관계 안에서 파악하는 역사적인 접근에서 홍콩 누아르라는 중요한 인자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저자는 한국 누아르가 할리우드 누아르 그리고 홍콩 누아르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서 한국 누아르만의 독특한 특질을 발견하고, 이를 세 가지 계열로 분류한다. 첫 번째 계열은 남성 멜로드라마, 두 번째 계열은 여성 범죄드라마, 세 번째 계열은 하드보일드 묵시록이다. 각각의 계열들에 속하는 작품들을 개별 분석함으로써 저자는 당대 한국 사회의 증상들을 읽고, 시대의 경과에 따라 이 징후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추적한다. 이에 따라붙는 질문들, 즉 한국 누아르 속 주체들이 재현하는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영화 속 인물들이 표상하는 파국은 어떤 양상인가, 한국 누아르 영화 속 인물들의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들에도 저자는 성실히 답한다.
이 책의 저자 강봉래는 영화업계에서 오래 일한 영화인이다. 임상수의 '눈물'(2001)과 허진호의 '외출'(2005) 프로듀서를 맡았고, 허진호의 '행복'(2007)을 제작하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영상학 석사학위를, 미디어문화연구 전공으로 문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사논문은 「1960년대 후반 한국영화 속에 드러난 모더니티의 표상들」이고, 박사논문은 「한국 누아르 영화의 위상과 표상」이다. 『누아르의 타자들』은 그의 박사논문을 수정하고 보완하고 편집한 것이다. 여기에 「박찬욱 영화의 숭고한 타자」라는 새로운 글을 추가해 책의 풍성함을 더했다.
추천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영화 '서울의 봄'과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은 “한국 영화 성장기를 이끌었던 영화 프로듀서이자 훌륭한 영화 연구자”로서의 저자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으며,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만든 허진호 감독은 ‘멜로 영화’를 함께 작업했던 저자가 누아르 장르에도 이렇게 해박한 줄은 몰랐다면서 ‘장르란 무엇인가’라는 “오랫동안 음미하며 생각해 보고 싶은 질문”을 던져 준 저자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연구자이자 번역가로 유명한 이상길 연세대학교 교수는 “한국 누아르 영화에 대한 보기 드문 연구서이자 비평서”가 나왔다면서 일독을 권하기도 했다.
한편, 이 책은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소출판사 성장부문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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