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저에게 다 올려달라고 했어요."
김상우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1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풀세트 혈투 끝에 귀중한 승점 2를 챙기며 봄배구 희망을 살렸다.
친정 대한항공을 만나 살아나길 바랐던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가 부진했고, 이어 들어온 알리 파즐리(등록명 파즐리)도 13점으로 아쉬움을 보였지만 이 선수가 영웅으로 등장했다. 바로 아웃사이드 히터 김정호.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한 김정호는 5세트 4점을 포함해 26점 공격 성공률 51.06% 리시브 효율 36.36%를 기록하며 공수 활약을 펼쳤다. 26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 종전 최다 득점은 25점. 이 역시 2022년 12월 29일 대한항공을 상대로 올린 득점이다.
김상우 감독도 "외국인 선수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정호가 리시브, 공격, 서브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줬다. 고맙다"라고 김정호를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김정호는 "대한항공은 이기기 힘든 팀이다. 워낙 좋은 팀이다. 어려운 경기를 했다"라며 "들어갈 때 나에게 공을 올려 달라고 세터 형들에게 말했다. 아웃이 나오든 득점이 나오든 뭘 하든 해결할 테니, 믿고 올려달라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너무 힘들 정도로 많이 주더라"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득점 이후 평소보다 더 크게 파이팅을 외쳤다. 이유를 묻자 김정호는 "그동안 경기력이 답답했다. 소리 지르고 더 큰 세리머니를 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되고 좋은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리 파즐리(등록명 파즐리)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옮기는 초강수를 두며,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를 데려왔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파즐리와 막심이 동시에 있을 때는 보조 공격수를 맡던 김정호가 최근에는 주 공격수로 다시 활약하고 있다.
김정호는 "나 같은 경우는 공을 많이 때리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 살림꾼 역할이 더 어렵다. 그래서 시몬이 형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시몬이 형은 빛날 수 없는 자리를 소화함에도 빛이 난다. 배구하는 사람들 모두 알 거라 생각한다. 꿋꿋하게 팀을 이끌 줄 아는 선배이자 부주장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2022년 이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김정호는 "처음에는 발목 부상도 있었고 조급한 마음에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게 더 독이 됐다. FA 신경 쓰지 말고 한 경기 한 경기 잘해서 팀이 승리하는 데에만 생각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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