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환 기자] "일단 잘하고 보자"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와 함께 한국시리즈(KS) 트로피를 모두 들어올리며 '통합우승'을 달성한 KIA 타이거즈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핵심 자원'을 잃었다. 바로 2020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은 장현식이었다. 장현식은 2021시즌 34개의 홀드를 손에 넣으며 KIA의 필승조로 거듭났고, 2022년 2승 1패 19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2, 지난해 75경기에서 5승 4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94로 활약했다.
KIA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태면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인 장현식은 지난해 11월 11일 4년 총액 52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의 계약을 통해 LG 트윈스로 전격 이적했다. 서울고 출신으로 서울 생활에 익숙한 것은 물론 옵션이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52억원이 모두 보장되는 계약을 뿌리칠 이유는 없었다. 이에 순식간에 KIA는 마무리까지 가교 역할을 해줄 '셋업맨'을 잃게 됐다.
하지만 KIA는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KIA는 장현식을 잃은 뒤 다른 방법을 통한 전력 보강을 모색했고, 키움 히어로즈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KIA는 키움에서 조상우를 받아오는 대가로 현금 10억원과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이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이유는 2025시즌이 끝난 뒤 조상우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는 까닭이다. 어쩌면 조상우를 단 1년 밖에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가 현금 10억원에 2026년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면서까지 조상우를 데려온 이유는 확실하다. 2년 연속 '왕좌'에 오르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일찍 마무리한 조상우. 하지만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조상우는 12일(한국시각)까지 총 다섯 차례 불펜 피칭에 임했고, 이제는 실전을 치를 수 있을 정도까지 몸 상태와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특히 12일 날씨가 우중충했던 까닭에 구속이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았지만, 체감상으로 구속은 나쁘지 않았다고.
KIA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스프링캠프는 키움 시절과 어떻게 다를까. 12일 취재진과 만난 조상우는 "지금 선수들 분위기도 좋고, 훈련하는 느낌도 좋아서 즐겁게 잘 하고 있다. 컨디션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제 피칭을 다섯 번 했는데,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잘 되고 있다"며 KIA 팬들의 기대가 크다는 말에 "몸은 열심히 잘 만들고 있다. 워낙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답할 수 있게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중요하지 않은 시즌은 없지만, 올해는 조상우 입장에서 그 어떤 해보다 중요하다. FA 자격을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때문에 조상우는 오프시즌 드라이브라인의 단기 연수까지 다녀왔다.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그 효과는 있는 모양새. 그는 "확실히 좋았을 때의 느낌도 많이 찾고 있고, 내가 어리고 좋았을 때 했던 동작들을 많이 알려주더라. 그래서 그런 연습을 하면서 효과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브라인이 구속도 구속이지만, 구속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공의 힘이 좋아질 수 있다. 작년 시즌 중 스피드는 어느 정도 올라왔는데, 구위가 떨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구속이 아니더라도 공의 힘만 좋아져도 좋을 것 같다"며 "작년에는 아무래도 군 복무로 인해 2년 동안 공을 만지지 않으면서 감을 많이 잃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찾은 것도 같고, 더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괜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뷔 후 줄곧 버건디 유니폼만 입었던 조상우는 지난 시즌 중 수많은 트레이드설의 중심에 섰지만, 트레이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눈치였다. 그는 "작년에 워낙 말이 많았다. 그래서 '그냥 나오는 말이구나'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진짜 트레이드가 돼 놀랐었다"며 "선수가 트레이드 소식을 미리 알 순 없지 않나. 그래서 트레이드가 됐을 때 '진짜 가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적응은 다 됐다. 선수들이 워낙 잘해주고, 또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이우성)도 있기 때문에 금방 적응을 했다"고 싱긋 웃었다.
그리고 조상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거취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단연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다. 조상우는 "개인적으로 FA에 대한 생각은 비우려고 하는 중이다. 신경을 쓰면 더 무리를 할 수도 있다. '안 다치고 잘하자'는 생각뿐이다. 그렇게 잘하면, 그 뒤에는 나중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봐도 되나'라는 물음에 "일단 잘하고 보자"라는 말과 환한 웃음으로 답을 대체했다.
끝으로 조상우는 "매년 수치를 목표로 정하진 않는다. 잘 지켜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작년 아팠을 때 아쉬움이 너무 컸기에 올해는 '아프지 말자'가 가장 큰 목표"라며 "KIA에 워낙 좋은 투수가 많기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 잘 던지는데 나만 못 던지면 안 되지 않나. KIA가 작년에 우승도 했고, 또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이 남아 있는 만큼 팀에 폐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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