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쩌면 4년 전 여름, 그 디시전이 타이거즈 역사를 바꾸는 디시전일 수 있다.
KBO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은 2021년 여름, 2022년 1차지명을 놓고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훗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서 “남들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 순간부터 그 디시전의 무게감이 남다를 것이라고 예감할 정도로 대단한 두 유망주가 광주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문동주와 김도영(이상 23). 광주진흥고와 광주동성고라는 지역 최고의 명문 야구부에 ‘역대급 재능러’가 있다는 얘기가 아마야구계에서 일찌감치 돌았다. KIA는 장고 끝에 김도영을 택했다. 당시 단장이던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은 너무 힘든 선택이라고 돌아봤다.
당시 그는 둘 다 엄청난 재능이고, 놓치기 싫지만, 150km대 중반의 강속구 투수는 그래도 또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대신 이종범 KT 위즈 코치의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미친 운동능력의 내야수는 쉽게 안 나올 것이라고 봤다.
결과적으로 KIA의 이 선택은 적중했다. 한화 이글스의 1차지명을 받은 문동주가 2년차 시절이던 2023년 잠시 두각을 드러낸 뒤 주춤해서가 아니다. 김도영이 타이거즈 역사를 이미 바꿨고, 앞으로도 계속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도영은 작년 센세이션한 활약으로 KIA의 V12를 견인했고, 각종 새 역사를 썼다. 그라운드 밖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며 구단 가치 향상에 이바지했다.
김도영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한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는다. 은퇴한 강정호가 12일(이하 한국시각) KIA의 어바인 스프링캠프에 직접 방문해 김도영이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타자라고 주장했다. 타격이론가이자 지도자로 변신한 강정호의 얘기는 신빙성이 있다.
김도영은 빠르면 2029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 즉, 적어도 4년간 KIA에 더 많은 스토리, 더 많은 비즈니스 가치, 더 풍성한 성적과 기록, 역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하면 김도영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다음으로 매년 KBO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아이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작년 통합우승 한번은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이쯤 되면 KIA가 4년 전 여름에 김도영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찔하지 않을까.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은 김기태 전 감독 시절 KIA에 지도자로 돌아왔고, 단장으로 영전해 맷 윌리엄스 전 감독 시절에도 몸 담았다. 결국 윌리엄스 전 감독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KIA와의 두 번째 인연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역사는 미래가 과거를 평가하는 법이다.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의 실패한 디시전들도 어쩌면 김도영 하나로 묻을 수 있을 정도로 김도영 파급효과가 대단하다.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은 현역 시절 팔색조 투수였고, 해태에서만 9년간 104승을 따냈다. 그 효과보다 김도영을 뽑은 게 훨씬 잘 한 일로 평가받게 됐다. 이종범에 이어 구단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상품효과의 시작이 그였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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