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환 기자] "어떻게 되나 한 번 보자"
지난해 KIA는 두산 베어스와 마찬가지로 많은 구단과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현역 메이저리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선수를 데려온 까닭. 두산이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10승 시즌을 보내는 등 빅리그에서만 28승을 수확한 콜 어빈을 영입했다면, KIA는 '88홈런'의 패트릭 위즈덤을 품에 안았다.
위즈덤은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2018년 처음 빅리그의 부름을 받은 위즈덤은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8년 3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으나, 4개의 홈런을 비롯해 13안타 타율 0.260 OPS 0.882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이듬해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쳐 시카고 컵스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컵스에서 위즈덤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위즈덤은 2021시즌 컵스에서 106경기에 출전해 무려 28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78안타 61타점 타율 0.231 OPS 0.823의 성적을 남기더니, 2022시즌에는 134경기에서 다시 한번 25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이어 2023시즌에는 97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3개의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위즈덤의 가장 큰 장점은 빅리그에서도 20개 이상을 터뜨릴 수 있는 한 방 능력. 하지만 정교함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삼진율이 매우 높다. 소위 '공갈포'라고 불리는 유형이다. 이 부분이 위즈덤의 발목을 잡았다. 위즈덤은 지난해 75경기에서 동안 8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나, 27안타 23타점 타율 0.171 OPS 0.629로 부진하면서 결국 시즌이 끝나기 전에 컵스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는데, 이 틈을 KIA가 제대로 노렸다.
KIA는 위즈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광주가 어떤 도시인지 알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구애했고, 지난해 KIA에서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12승을 수확하는 등 통합우승에 큰 힘을 보탰던 '에이스' 제임스 네일도 위즈덤에게 연락을 취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결과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 5000만원)를 모두 보장하는 조건으로 위즈덤을 품에 안게 됐다.
아직 한국 땅을 밟아보지 않았지만, KIA 선수단에 합류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위즈덤은 생활적인 면에서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2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위즈덤은 "팀원들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내가 팀에 합류한 것을 너무 환영해 줘서 정말 기분이 좋다"며 "모든 선수들이 잘해줘서, 팀의 일원으로서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공갈포'라고 볼 수 있지만,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빅리그에서 88개의 홈런을 터뜨린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요소. '복덩이'로 불렸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결별을 택하면서까지 데려온 위즈덤을 향한 KIA 팬들의 기대감은 매우 크다. 위즈덤도 이를 모르지 않는 눈치였다. 위즈덤은 "팬들이 내게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나도 내게 기대가 크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런 것을 성취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방 능력을 뽐냈던 선수가 온 만큼 올 시즌 홈런왕 경쟁은 매우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 홈런왕은 NC 다이노스 맷 데이비슨. 데이비슨 또한 빅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20개 이상 아치를 그린 괴력의 소유자다. 특히 위즈덤과 데이비슨이 과거 같은 팀에서 뛰었다는 이력도 있는 만큼 KBO리그를 더욱 재밌게 만들 요소 중 하나다.
위즈덤은 "수치적으로 노리는 것은 없다. 팀이 우승하는 데 내가 일원이 되는 것을 원한다"면서도 홈런왕에 대한 물음에는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위즈덤은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어떻게 되나 한 번 보고 싶다. 특히 데이비슨과 같은 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다만 위즈덤은 데이비슨을 향한 '한마디'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나름의 커리어를 보유한 많은 선수들이 한국을 찾는다. 일본보다는 레벨이 낮아 자신의 성적이 돋보이기 쉽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빅리그 복귀를 노려볼 수 있는 까닭. 하지만 위즈덤은 멀리 내다보지 않았다. 그는 "멀리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번 시즌 나의 퍼포먼스에 조금 더 집중을 하고 싶다. 타이거즈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많이 배우고 싶다"며 '우승'을 외쳤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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