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쩌면 KBO리그 3루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롯데는 2024년 3월30일에 LG 트윈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사이드암 우강훈(23)을 내주고 오른손 3루수 손호영(31)을 데려왔다. 손호영은 충훈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3라운드 23순위로 입단했다. 그에 앞서 2014년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학 중퇴, 현역 군 복무,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생활 등등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다. 심지어 LG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은 손호영을 백업 내야수 1순위로 지목하고 제대로 활용해볼 계획을 잡았으나 잔부상도 있었고, 타이밍도 안 맞았다. 더구나 3루에는 문보경이 자리잡은 상태였다.
이때 김태형 감독의 시야에 손호영이 들어왔다. 한동희가 어차피 군 복무를 해야 해서 3루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김민성을 사인&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미래 전력은 아니다. 그렇게 손호영을 영입하자마자 곧바로 주전 3루수로 밀어붙였고, 대성공했다.
손호영은 2024시즌 102경기서 398타수 126안타 타율 0.317 18홈런 78타점 70득점 OPS 0.892 득점권타율 0.331. 김태형 감독이 제대로 멍석을 깔아주자 대폭발한 시즌이었다. 잔부상이 없다면 올 시즌엔 더 많은 경기에 나갈 게 확실하다.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아니지만 중, 장거리포가 가능하고, 애버리지까지 챙길 수 있는 클러치히터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롯데는 올 시즌 큰 변화를 맞이한다. 부산 사직구장에 일명 ‘성담장’이 사라졌다. 성민규 전 단장 시절 이던 2022시즌을 앞두고 투수력 보호를 목적으로 외야 담장에 철망을 세웠다. 담장높이가 4.8m서 6m로 높아졌다.
그러나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에도 팀 평균자책점 5.05로 7위였다. 대신 라인업 리빌딩에 성공한만큼 타자들의 애버리지(타율 아님, 경쟁력을 의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제대로 힘을 실어줬다. 1.2m 차이가 별 것 아닌 게 아니다. 2루타가 될 타구가 홈런이 될 수 있다. 그 몇 개의 차이가 타자들의 심리상태에 엄청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대에도 같은 조건이지만, 어차피 사직구장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는 팀은 롯데다.
그리고 손호영은 최고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8홈런을 쳐서 성담장의 영향으로 20홈런을 넘기겠다는 논리가 아니라, 성담장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전체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 손호영은 13일(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대표팀과의 두 번째 연습경기서 1회 1사 1루서 선제 투런포를 터트렸다. 대만 선발투수 리동민에게 볼카운트 2B서 가운데로 들어온 포심패스트볼을 퍼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실투였지만,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하는 게 타자의 능력이다.
롯데는 3-7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손호영의 한 방이 터진 순간 타이베이돔이 갑자기 침묵했다. 사직구장에서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한 방이었다. 경기를 중계한 부산 MBC 신본기 해설위원은 “배팅볼 치듯이 큼지막한 홈런을 쳤다”라고 했다.
손호영은 아직 애버리지는 확실치 않다. 작년보다 조정될 수도 있고, 비슷할 수도 있고, 오를 수도 있다. 여기서 애버리지가 오른다면 KBO리그 최고 3루수 레이스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의 경우라고 해도 충분히 대비할 시간은 주어질 전망이다. 일단 시즌 준비는 순조로워 보인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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