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우크라이나 점유율 1위…HD현대인프라·건설기계 수혜 전망
석유화학, 종전시 공급망 정상화로 경쟁력 회복 기대↑
우크라이나 재건, 미국·EU 진출 경쟁 심화…'원팀' 구성 필요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의가 진행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건 사업 진출이 본격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협상 중재 노력이 급물살을 타면서 막대한 규모의 재건 사업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종전 협상 시작에 합의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합작해 만든 우크라이나 긴급피해 및 재건 소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이후 약 3만km 상당의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등이 파괴되면서 운송량이 50% 넘게 줄었다. 이에 따른 재건과 현대화 작업이 필요한 상황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에 드는 비용이 4863억 달러(약 702조713억원)에 이른다는 추정치가 공개됐다.
재건사업이 본격화하면 건설, 기계장비, 발전,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기계 사업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꼽힌다.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전후 복구 지원 참여를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 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협력 거점은 지난해 9월 설립한 키이우 지사다. 우크라이나 국영은행 오샤드뱅크와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즈와는 재건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는 2004년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이후 한 때 시장 점유율이 30% 안팎에 달했다. 주력 제품은 굴착기와 휠로더 등이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전후 복구 지원을 위한 소통을 이어왔다. 2023년 6월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쉬쿠라코프 바실리 제1차관과 철도공사 관계자 일행은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를 방문해 현지 수요조사 등 재건사업 추진 협의체를 만들었다.
또 다른 건설기계 기업인 두산밥캣은 주로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 소형 장비를 수출해왔다. 이번 주택 건설에 두산밥캣 장비가 쓰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이 종전에 합의할 경우 수년 째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이 끝나면 글로벌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됐던 에너지 분야 등에 대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도 풀릴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전쟁으로 러시아산 나프타 사용이 사실상 막히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반면 중국은 저가에 원료를 확보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싼 가격에 석유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회사의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이 늘면 국제유가도 안정화 돼 간접적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전업체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러시아 제재 해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모스크바 인근에 칼루가 공장을 세우고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했으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고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그해 3월 부품 수급 등을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다. LG전자도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8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의 생활가전·TV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모스크바 인근 삼성전자 칼루가 TV·모니터 공장도 2022년 3월 운영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는 가전제품 대부분을 한국, 유럽 등으로부터 수입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러시아 내 가전제품 매출 중 수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달한다. 하지만 전쟁 이후 대(對)러시아 제재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중국, 튀르키예 등 우호국의 수입이 대폭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대폭 떨어졌다. 가전업계는 종전 후 제재가 풀리더라도 중국 기업과의 경쟁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건 사업을 놓고 주요국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도 신속히 진출 기반을 구축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피해 복구가 필요한 만큼 다수의 재건사업이 발주될 가능성이 높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재건사업 참여와 관련해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강점을 가진 도시계획, 산업단지 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진출하고 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원 팀 코리아'를 구성해 종합적인 사업 추진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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