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2023년 '디펜딩 챔피언' LG 트위스는 지난해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뒤 스토브리그에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두산 베어스의 콜 어빈, KIA 타이거즈의 패트릭 위즈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는 요리 치리노스와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를 전액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한 까닭이다.
치리노스는 지난 2013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 2018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데뷔 첫 시즌부터 5승을 수확하며 평균자책점 3.51의 성적을 남긴 치리노스는 2019시즌에는 26경기(18선발)에서 9승 5패 평균자책점 3.85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등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마이애미 말린스 유니폼을 입는 등 6시즌 동안 20승 17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승리에 근접한 시즌까지 보냈던 치리노스가 LG 유니폼을 입게 된 배경은 토미존 수술 이후 성적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 지난해 마이애미에서 6경기 2패 평균자책점 6.30에 머무르면서 빅리그 커리어를 이어가기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다시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찾던 중 LG와 연이 닿게 됐다.
5일(한국시각) 인디언 스쿨 파크 야구장에 만난 치리노스는 "LG에 합류하게 돼 너무 기쁘다. 첫날부터 많은 선수들이 환영해 주고, 잘 챙겨주고 있어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다"며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 에르난데스가 있다는 것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에르난데스가 지난해 KBO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많은 조언도 해주고 있고, 국적도 같다 보니 큰 도움이 되는 중"이라고 적응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이어 치리노스는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내 피칭 스타일은 공격적이다. 싱커와 스위퍼, 스플리터를 위주로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내가 던진 구종이 잘 나오기만 한다면, 좋은 시즌을 보내고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 타자들의 영상을 보진 못했는데, 팀원들이 타격을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는 중이다. 한국 선수들이 공격적인 타격을 하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보다 KBO리그 공인구의 반발력이 조금 더 큰 것 같아서, 이런 점을 생각하고 피칭에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치리노스가 KBO리그행을 택한 이유는 확실하다. 빅리그로 복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 위즈)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치리노스는 "빅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큰 수술을 두 번 받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커리어의 터닝포인트를 찾기 위해 KBO리그행을 택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나중에 빅리그로 컴백하거나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치리노스는 "엘리를 제외하면 데 헤이수스와 친분이 있기에 KBO리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KBO리그행을 택하는 데 있어 헤이수스가 추천해준 것도 있었다. 특히 KBO리그가 좋은 리그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 초반 자신을 "술, 클럽도 좋아하지 않는 차분한 성격"이라고 밝힌 치리노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치리노스는 정말 진중한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치리노스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성실하게 답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치리노스가 미소를 보이며 목소리를 높여가기 시작한 대목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취미이자, 제2의 인생이 될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치리노스는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물음에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런 곳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치리노스가 농장을 운영하는 '대지주'였던 것이다. 고향인 베네수엘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치리노스는 소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런 농장과 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치리노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치리노스는 "농장에서 소를 키우는데, 소의 새로운 품종 하나를 개발하고 싶다. 가족들과 함께 매니징하고 있는 농장"이라고 소개했다. 치리노스가 현재 키우고 있는 소는 무려 34마리에 달한다. 이어 치리노스는 "개인적인 투자 목적이기도 하지만, 은퇴 이후 커리어도 생각한 것"이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농장과 소에 대해서 매우 진심인 것처럼 보였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도 가득하다. 그는 "LG가 우승권에 도전하는 팀인 것은 합류 전부터 많이 알고 있었다. 매번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것도 알기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팀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10승은 하고 싶다. 이 목표를 갖고 운동을 하고 있기에, 꼭 목표를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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