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볼넷? 상관없다. 바꿔줄게.”
대부분 투수는 볼넷을 내주는 등 스스로 흔들려서 위기를 만들어놓고 해당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강판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당연히 자신의 손으로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 때로는 감독과 교체시점을 두고 갈등을 빚는 이유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의 접근은 독특하다. 야수 출신이지만, 투수들이 접근법을 다르게 해보길 바란다.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것에 대해 억울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이범호 감독에게 투수교체 관련 사항을 물어볼 때마다 듣는 얘기가 “볼넷? 바꿔줄게”다. 여기서 바꾼다는 건 당연히 더 좋은 투수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교체를 당하는 투수에 대한 문책의 의미가 전혀 아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 타자에게 이길 확률이 높은 투수를 투입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이범호 감독의 논리다.
다시 말해 이범호 감독은 “볼넷 주지마”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볼넷 주면 더 좋은 투수로 바꿔줄 테니까 부담 없이 던져. 볼넷 줘도 돼”에 가깝다. 이래야 투수들이 볼넷을 주든 안 주든 부담을 떨쳐내고 자신의 투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이범호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은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연수, 2군 감독 경험을 토대로 학습해오고 느낀 바에 따른 투수 접근법이 확고하다. 실제 부임해 1년간 그런 마인드로 투수들을 대했고, 통합우승까지 이어졌다.
올해 이범호 감독의 이 철학은, 불펜 투수 개개인에게 더 선명하게 스며들 수 있다.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떠났지만, 조상우가 입단했기 때문이다. 조상우도 장현식도 언제 어느 때나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수 있는 게 최대장점이다. 장현식은 때로는 동점이나 뒤지는 상황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대신 조상우는 언제든 세이브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장현식이 정해영 대신 세이브 투수로 기용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범호 감독은 조상우를 7~8회에 고정시킬 것인지, 상황에 따라 6회 등 다양한 환경에서 마운드에 올릴 것인지 조상우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결국 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상우의 또 다른 장점이 팀에 대한 헌신적인 마인드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 이미 이 같은 방식으로 기용된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
즉, 올해 KIA 필승조, 특히 마무리 정해영이나 메인 셋업맨 전상현이 보이지 않는 조상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조상우 덕분에 ‘흔들리면 바꿔줄게’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실제로 정해영이나 전상현이 위기를 만들어놓고 내려가도 조상우가 언제든 올라와 경기를 마무리할 능력이 있다. 정해영이나 전상현은 올 시즌 흔들리면 최악의 경우 조상우를 믿고 마운드에서 내려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전망이다.
이범호 감독은 8~9회 동점서 조상우를 쓰지 않았다면 정해영과 전상현을 좀 더 과감하게 내리는 결단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KIA가 이기면 결국 팀도 개개인도 웃을 수 있다. 이렇게 KIA가 올해 누릴 조상우 효과가 무궁무진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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