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힘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KIA 타이거즈 학구파 좌완 스리쿼터 곽도규(21)는 신인 시절이던 2023년만 해도 와인드업 과정에서 양 어깨를 서너 차례 흔드는 동작이 크게 화제를 모았다. 작년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할 때 그 이유를 물었더니, 프로에 입단하면서 우연히 해봤더니 자신에게 잘 맞아서 루틴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곽도규는 역시 별명처럼 똑똑하다.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 다녀오면서 피치터널, 투구 중심이동 등에 대해 더 자세히 공부하게 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곽도규는 지난 시즌에 아예 와인드업으로 던지지 않았다. 주자가 있든 없든 세트포지션으로 1루를 바라본 뒤 투구했다.
자연스럽게 어깨춤을 연상하게 하는 동작이 사라졌다. 천편일률적인 투구폼은 기자 입장에선 볼거리 감소를 의미한다. 그러나 곽도규는 어깨춤을 추고 투구하는 게, 힘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물론 지도자들의 어드바이스도 있었다고 했다.
곽도규는 변화가 성공임을 증명했다. 2024시즌 71경기 4승2패2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56으로 맹활약했다. 데뷔 첫 시즌 14경기서 평균자책점 8.49를 기록한 그 곽도규가 아니었다. 1군에만 오면 제구 기복이 심했는데, 2년차에 완전히 고쳤다.
어깨춤과 와인드업을 버리니 제구가 자연스럽게 잡힌 건 아니다. 폼이 작은 세트포지션으로 던진다고 해서 무조건 제구가 잡히는 건 아니다. 그만큼 곽도규가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와인드업을 안 했는데 포심 평균구속이 2023년 143.8km서 2024년 145.6km로 오히려 향상됐다. 본인의 말대로 어깨춤을 버리니 오히려 힘을 모으는데 도움이 됐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곽도규는 당시 자신도 그 어깨춤을 좋아한다며,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언젠가 좀 더 힘이 생기면 다시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몸에 힘이 더 붙고, 구위가 더 좋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왼손 스리쿼터인데 구위가 좋고 제구까지 되면서 까다로운 불펜으로 거듭났다. 한국시리즈서 나홀로 2승을 거뒀고, 프리미어12에도 나갔다. 물론 프리미어12서 썩 깔끔한 투구를 하지 못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올 시즌 잘 해서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해 잘 던지면 된다.
KIA 불펜은 올해도 두껍다.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떠났지만, 조상우가 왔다. 조상우와 전상현이 마무리 정해영 앞에서 메인 셋업맨을 맡을 전망이다. 곽도규는 임기영, 김대유 등과 함께 그 앞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또 8회에도 나가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전망이다.
투구 스타일 자체가 독특해서 불펜의 짜임새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카드다. 작년에 리그에서 7번째로, 팀에서 두 번째(첫 번째는 장현식의 75경기)로 많이 등판했으니, 체력관리, 부상방지가 가장 중요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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