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네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KIA 타이거즈 ‘섹시한 투수’ 전상현(29)은 지난 6월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리즈에서 절친한 김원중(32)과 구승민(35)을 찾아가 포크볼을 배웠다. 사실 배움이라기보다 업그레이드 혹은 교정이었다. 본래 포크볼을 던질 줄 알았고, 실전서 구사해왔다.
그러나 2024시즌에 유독 포크볼이 스스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판단, 포심과 슬러이더 위주의 승부를 많이 했다. 과거에는 불펜투수는 구종 1개만 있어도 먹고 산다는 많이 했지만, 이젠 다르다. 타자들도 투수들 연구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불펜 투수도 포심 외에 2~3개 구종을 갖고 있어야 롱런할 가능성이 크다.
전상현은 김원중과 구승민의 도움으로 포크볼을 업그레이드하자 이후 페이스가 확 달라졌다. 마침 마무리 정해영이 어깨 이슈로 잠시 1군에서 빠지면서 임시 마무리를 맡았다. 모두가 KIA의 선두수성 위기를 말했지만, 전상현은 오히려 펄펄 날았다.
실제 7월 8경기서 2승1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3.60, 8월 13경기서 2승1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0.57이었다. 8월로만 한정하면 선동열 전 감독 저리 가라고 할 수준의 ‘언터쳐블’이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업그레이드한 포크볼을 꺼내 들었고,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상현은 2021년 어깨 이슈로 15경기밖에 못 나갔다. 2022년에도 팔꿈치 이슈로 쉬는 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2년간 건강하게 시즌을 보냈다. 더 이상 팔이나 어깨에 부담이 없다고 판단했고, 포크볼러로 거듭나 KIA의 9시 야구를 책임졌다. 실제 KIA가 이 기간 1위를 지킨 숨은 히어로가 전상현이었다. 만약 그 기간 1위 수성을 못 했다면 9월 선두독주는 불가능했다.
결국 전상현은 2024시즌을 66경기서 10승5패7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4.09로 마쳤다. 시즌 막판 몇 차례 대량실점 게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팀 공헌도를 감안하면 커리어하이나 마찬가지였다. 연봉이 1억7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궁금하다. 만약 전상현이 6월이 아닌, 더 빨리 김원중과 구승민을 찾았다면, 그래서 더 빨리 포크볼을 업그레이드했다면 어땠을까.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김원중과 구승민도, 롯데도 난감했을 수 있다.
보기 좋은 광경이다. 10개 구단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벗어나면 야구계 선, 후배다. 학연, 지연 관계가 많다. 전상현도 다른 팀 누군가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그 선수가 잘 되면 결국 한국야구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일은 KBO리그에선 흔하다.
어쨌든 업그레이드 포크볼로 중무장한 전상현의 풀타임 시즌은 매우 기대된다.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떠났지만, 조상우가 입단했다. 전상현과 조상우가 마무리 정해영에게 연결하는, KIA의 막강한 9시 야구는 올해도 계속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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