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타이난(대만) 김진성 기자] “빨리빨리 일어나.”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난 아시아태평양 국제야구훈련센터. 점심식사를 마친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였다. 말로만 듣던 ‘(김)민호 스쿨’의 시작이었다. 1990년대 명 유격수였던 김민호 코치는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며 코치로서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김민호 코치는 김태형 감독 부임과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년째 롯데 수비를 담당하고 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 작년에도 123개의 실책으로 리그 최다 2위였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개수를 의미하고, 실제로 수비효율은 예년보다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는 작년을 기점으로 1루수 나승엽, 2루수 고승민, 유격수 박승욱, 3루수 손호영 체제가 자리 잡혔다. 김태형 감독은 이 틀을 깰 마음이 없다. 작년에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들이 애버리지를 확립하도록 뚝심을 발휘할 생각이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이들의 수비 하모니가 좋아야 롯데가 5강에 갈 수 있다. 구단 유튜브 채널 Giants TV를 보면 김민호 코치는 내야수들의 수비 디테일을 하나, 하나 다시 잡아주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일반인의 육안으로 크게 구분되지 않는 포구 동작의 조그마한 움직임 하나, 다리의 방향과 움직임 하나까지 체크해 피드백한다.
그 민호 스쿨을 직접 잠시 지켜봤다. 다른 팀 전지훈련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훈련을 했다. 내야수들이 3루 근처에서 엎드리고 있었다. 언뜻 봐선 단체기합이었다. 당연히 아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수비를 하는 방법을 지도하는 것이었다.
1루를 완전히 등지고 엎드렸다가 일어나서 공을 던지는 동작을 반복 연습했다. 선수들의 유니폼은 당연히 더러워졌다. 3루수 요원들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아니었다. 모든 내야수가 반복 훈련했다. 언제든 실전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민호 코치는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빨리 빨리”라는 말이 제법 나왔다.
김민호 코치는 선수들을 가위 바위 보로 자극하기도 했다. 선수들과 가위바위 보를 해서, 자신을 이긴 선수는 훈련을 마치게 해주고, 진 선수에겐 추가로 훈련을 시켰다. 대신 모든 선수가 자신을 이기자 정리 미팅 없이 마무리를 선언하는 ‘쿨’함도 보여줬다.
이튿날인 20일에도 3루 덕아웃 앞에서 열정적인 지도가 이어졌다. 손호영은 "김민호 코치님이 원래 섬세하시다. 그리고 목소리도 크시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9일 수비를 두고 멋쩍게 웃더니 "내가 대만전(13일 포구 실책)서 실책해서 했던 연습이다. 나 때문에 했다. 슬라이딩 캐치한 다음에 공을 놓쳐서"라고 했다. 동료들에게 구박(?)을 받았다고.
이런 연습들은 좋다. 스프링캠프는 수비, 작전 훈련을 가장 충분히, 디테일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더구나 소위 말하는 2차 스프링캠프는 대부분 구단이 실전 위주로 치른다. 롯데 역시 미야자키에선 연습경기 위주의 스케줄을 소화한다. 결국 올 시즌 수비와 작전은 전부 타이난에서 만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민호 스쿨의 효과는 올 시즌 좀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타이난(대만)=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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