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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맡겨 주신다면…"
LG 트윈스 김영우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 스쿨 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최고 151km의 빠른 볼을 앞세워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마크, 기대감을 드높였다.
LG는 최근 큰 악재와 맞닥뜨렸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4년 총액 52억원이 모두 보장되는 계약을 맺은 장현식이 지난 17일 저녁을 먹고 숙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발을 헛디디면서 발목 부상을 당했다. 이에 18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9일 미국 현지에 있는 병원에서 X-레이 검진을 받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일단 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현식의 검진은 이제부터다.
장현식은 일단 20일 MRI 등 정밀검진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 1차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종료를 불과 이틀 앞두고 조기 귀국을 한 셈이다. LG는 현재 장현식의 오른쪽 발목 인대에 손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 일단 구체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복귀 시점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정밀검진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
20일 청백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감독은 "하루 사이에 통증이 줄어드는 속도는 빨랐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다. 일단 X-레이 검사에서 뼈에 이상은 없었다. 인대 손상이나 이런 것은 MRI 검진을 통해서 볼 것이다. 손상이 어느 정도인지, 회복 속도가 어떻게 될지를 봐야 한다"며 "인대 손상이 심하지 않았을 때 잘하면 개막전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지만, 길게보면 10경기, 짧게보면 2경기 정도는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장현식은 2차 일보 오키나와 캠프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부상이 경미해 개막전에 맞추는 것이지만, 염경엽 감독은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 마무리 역할을 맡길 선수들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침을 맞든, 최대한 좋은 방법은 다 해볼 것"이라며 "일단 최종적으로 시범경기를 통해 가장 좋은 사람이 마무리를 맡든, 아니면 2023년처럼 다양한 선수를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염경엽 감독이 언급한 인물이 있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LG의 선택을 받은 김영우다. 김영우는 최고 156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향후 LG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할 유망주이지만, 올해는 불펜으로 경험을 쌓을 예정. 그런데 그 경험을 시즌 초반 마무리 역할을 맡으며 쌓을 가능성이 생겼다.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구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구위가 없는 투수들은 항상 불안하다. 마무리는 힘으로 타자를 누를 수 있어야 한다"며 "만약 (김)영우가 좋다면, 테스트를 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 테스트를 해보고 첫 경기에서 통과가 된다면, 그렇게 갈 수도 있다(김영우는) 마운드 위에서 배짱도 괜찮은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영우는 아직 2월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청백전에서 최고 151km를 마크하는 등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다한 뒤 취재진과 만났다. 김영우는 "청백전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가니, 뒤에 든든한 선배님들이 계서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던져서 재밌었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도 하고, 스트라이크를 잘 던진 부분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나서 던진 안일한 커브가 아쉽다. 그걸 제외하면 딱히 아쉬운 점은 없는 것 같다"고 청백전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김영우는 "커브에 안타를 맞으면서 오늘 또 하나를 배운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 신인답게 배짱 있게 가운데 보고 안타를 맞으면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형들과 승부를 했다"며 "오늘 전력 투구를 하진 않았다. 포커스는 카운트 선점이었는데, 잘 돼서 괜찮았다"고 웃었다.
김영우는 최고 150km 중반의 강속구도 매력적이지만,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커브도 강점. 그리고 슬라이더와 포크볼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다. 아직 보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팀의 마무리를 맡게 된다면 어떨까. 그는 "생각만 해도 설렌다. 일단 중요한 보직이기 떄문에 맡겨 주신다면, 그 중요한 보직에서 잘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하겠다"며 "고등학교 때도 거의 마무리 투수로 던졌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력으로 던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51km를 마크한 김영우는 염경엽 감독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선수다. 일단 장현식의 검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염경엽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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