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누구시지?' 했는데 딕슨 마차도여서 엄청 놀랐어요"
딕슨 마차도는 이미 한국, 특히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선수. 현재는 빅터 레이예스가 '복덩이'라는 칭호을 가져갔지만, 이전까지 이 닉네임은 마차도의 것이었다. 그만큼 짧았지만 마차도가 롯데에서 남긴 임팩트는 어마어마했다. 201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데뷔, 빅리그에서 4시즌 동안 172경기에 출전해 104안타 2홈런 37타점 44득점 3도루 타율 0.227 OPS 0.579를 기록한 마차도가 롯데와 연이 닿은 것은 2020시즌이었다.
오랫동안 유격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롯데가 마차도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차도는 데뷔 첫 시즌부터 144경기(전경기)를 뛰는 등 136안타 12홈런 67타점 79득점 15도루 타율 0.280 OPS 0.778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장타력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로 타석에서 '파괴력'이 있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거포에 대한 갈증을 탄탄한 수비력으로 메웠던 선수. 이에 롯데는 당연히 2021시즌에도 마차도에게 동행 의사를 전달했다.
KBO리그에서 2년차였던 마차도는 2021시즌 134경기에서 130안타 5홈런 58타점 83득점 8도루 타율 0.279 OPS 0.720으로 타격 지표 대부분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유격수로 KBO리그 최상위권의 수비력을 보유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특히 마차도도 2시즌 밖에 뛰지 않았지만, 더 오랜 기간 롯데와 함께 동행할 수 있기를 희망했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롯데에 잔류 의사를 드러내왔다.
하지만 마차도와 동행은 2시즌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롯데는 마차도가 없어도, 국내 자원들을 통해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마차도를 영입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롯데가 유격수 고민을 지워내지 못한 데에는 토종 자원이 없었기 때문인데, 롯데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말았다. 이에 롯데는 마차도를 대신해 '한 방' 능력을 갖추고 있는 DJ 피터스를 품에 안았으나, 이는 완벽한 실패였다.
롯데를 떠난 마차도는 다시 미국으로 복귀했고, 2022시즌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빅리그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는 베네수엘라 대표팀으로 뛰었고,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친정' 시카고 컵스와 다시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현재는 초청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 빅리그 콜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뜨거운 포옹과 악수를 나눴다. 바로 LA 다저스 김혜성과 시카고 컵스의 마차도였다. 올 시즌에 앞서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7억원)의 계약을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김혜성은 이날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 2루수, 8번 타자로 이름을 올렸고, 경기에 앞서 카멜백랜치에서 다저스 동료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2루 베이스 뒤쪽에서 한 시카고 컵스 선수가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모습이었다. 이를 본 김혜성이 2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 선수가 바로 마차도였다. 벌써 KBO리그를 떠나게 된지 4년이 됐지만, 마차도는 아직 한국과 한국 선수를 잊지 못한 모양새였다. 2021시즌이 끝난 뒤에는 마주할 기회가 없었던 김혜성과 마차도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더니,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여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서로 허리를 숙이며 악수를 한 뒤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이날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처음 데뷔전을 치른 김혜성은 안타를 생산하진 못했으나, 두 타석에서 무려 13구 승부를 펼치며 볼넷을 얻어냈고, 경기 중반에 투입된 마차도는 1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만점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김혜성이 마차도와 나눈 대화를 일부 공개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혜성은 마차도에 대한 물음에 "몰랐었다"며 "갑자기 어떤 선수가 뭐라고 하더라. 그래서 누구를 불러달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대상이 나였다. '누구시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딕슨 마차도 선수여서 엄청 놀랐다. 수비를 워낙 잘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대화를 엄청 많이 했었다. 오늘은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서 서로 덕담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날 우연치 않게 경기가 끝난 뒤 현지시각으로 오후 7시가 넘은 가운데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한인마트인 'H마트'에서 마차도가 '마이데일리'와 마주쳤다. 김혜성을 먼저 찾아 인사를 건넸던 만큼 마차도는 아직도 한국을 잊지 못한 모양새였다. 이날 마차도는 'H마트'의 푸드코트에서 저녁으로 순두부찌개를 먹었고, 식사를 마친 시점 취재진과 만나게 됐다. 오랜만에 만났으나, 마차도는 기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취재진과 만난 마차도는 활짝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한국 시절의 추억을 잠깐 떠올렸다. 그리고 '어떤 선수를 취재하러 왔느냐'는 등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김혜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마차도는 "2021년에 봤던 김혜성은 왜소했었는데, 오늘 만난 김혜성의 몸이 상당히 커졌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국마트 푸드코트를 찾아 한국식으로 저녁을 해결한 마차도는 아직도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득 안고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듯했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