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타이난(대만) 김진성 기자] “저는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특급신인 김태현(20)은 이미 김태형 감독에게 눈 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좌완이 145km인데 무슨 얘기를 해”라고 했다. 올해 무조건 1군에서 쓴다고 공언했다. 주형광 투수코치는 장차 구단을 대표하는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롯데는 당장 4~5선발이 고민이다. 4선발은 김진욱이 확정적이고, 5선발은 박준우와 박진의 2파전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무게감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김태현을 당장 올해 선발로 쓰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프로에서 적응할 시간부터 충분히 줘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과도한 부담을 주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십성이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난 아시아 태평양 야구훈련센터에서 만난 김태현은 인터뷰도 남달랐다. 전형적인 MZ답게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눈치 안 보고, 과도한 겸손을 지양하며, 강인한 마인드를 뽐냈다.
그날 김태현은 약 21개의 공을 선배 타자들을 세워놓고 던졌다. 생애 첫 라이브피칭이었다. 140km대 중~후반의 포심을 약간 독특하게 던졌다. 와인드업을 할 때 미리 발을 뒤로 빼놓고 지면반력을 극대화, 공에 힘을 싣는다. 디셉션이 좋고, 타점도 높다. 포심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조합이었다.
김태현은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다. 타자들이 들어오면 더 괜찮다. 타자가 들어오면 포수 미트가 더 잘 보인다”라고 했다. 보통의 신인에게 듣기 힘든 코멘트.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구단의 지원으로)잠깐 일본에 다녀와서 힘과 방향성을 배웠다. 폼은 내가 만들었다.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을 집중해서 고치려고 했다. 시즌 들어가면 더 좋은 공을 던질 것 같다”라고 했다.
자신의 장점으로 “긴장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사실 햄스트링이 조금 좋지 않아 시즌 준비 페이스를 늦췄다가 그날 라이브피칭으로 시즌 준비를 재개했다. 김태현은 “햄스트링이 약간 올라오면서 오히려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몸 밸런스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미야자키 연습경기에 나가면 더 좋은 밸런스로 던질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런 김태현은 먼저 왼손 외국인투수 찰리 반즈, 터커 데이비슨에게 말을 걸고 조언을 받기도 했다. 데이비슨에게 턱이 조금 과하게 들리니 몸 중심이 뒤로 쏠린다는 지적을 받고 교정했다. 반즈에겐 피치터널의 중요성을 배웠다. 이밖에 김원중에겐 변화구보다 포심 구사에 중점을 두라는 조언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신인상에 대한 마인드다. 한 마디로 ‘마이웨이’다. 정현우(키움 히어로즈), 정우주(한화 이글스), 배찬승(삼성 라이온즈), 김태형(KIA 타이거즈)과 자신으로 이어지는 투수 빅5의 선의의 레이스에 전혀 관심이 없다.
김태현은 “경쟁심은 딱히 없다. 각자 자기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군에 올라가서 오랫동안 안 빠지고 던지고 싶다. 1년차 때 그렇게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라고 했다.
어지간한 시련과 멘붕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듯하다. 기량보다 더 좋은 마인드를 가졌다. 올 시즌 롯데에서 지켜봐야 할, 요주의 인물이다.
타이난(대만)=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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