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현대캐피탈 7년 만에 정규리그 1위 등극, 주전 세터 황승빈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필립 블랑 감독이 지휘하는 현대캐피탈은 지난 22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3-1 승리를 가져오며 남은 6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2017-2018시즌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 1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 남자부 역대 통틀어 가장 빠르게 우승을 확정 지은 팀이 되었다. 역대 V-리그 남자부에서 정규리그 1위를 가장 빠르게 확정했던 팀은 2012-2013시즌 삼성화재였다. 30경기로 치러졌던 때인데, 삼성화재는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둔 2013년 2월 23일 1위에 오른 바 있다. 시즌 개막 직전 컵대회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현대캐피탈은 V-리그 남자부 두 번째 트레블에 도전한다.
현대캐피탈이 우승을 하는 데 있어 많은 선수가 제 역할을 했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와 캡틴 허수봉의 막강 쌍포, 아시아쿼터 신펑 덩(등록명 신펑)의 활약, 특급 조커 전광인과 베테랑 최민호의 헌신, 국가대표 리베로 박경민의 안정적인 수비력 등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시즌 한때 16연승을 달리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주전 세터 황승빈의 존재다. 이적 첫해에 현대캐피탈에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선물했다. 황승빈은 올 시즌 28경기 41점 세트당 평균 10.436세트를 기록 중이다.
황승빈은 인하대 졸업 후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수준급 토스 실력을 가진 황승빈이지만 대한항공에서 주전으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V-리그 최고의 세터라 불리는 한선수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전급 백업, 그 이상을 넘을 수 없었다.
2020-2021시즌이 끝난 후 데뷔 첫 이적을 경험하게 됐다. 삼성화재로 갔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에 황승빈을 넘기고 리베로 이지훈과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2021-2022시즌 삼성화재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00세트를 넘게 소화하며 주전 세터로 활약했지만 팀의 6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이후 황승빈은 팀을 또 떠났다. 5대3 빅트레이드를 통해 아웃사이드 히터 정성규, 세터 이승원과 함게 우리카드로 넘어왔다. 명세터 조련사 신영철 우리카드 前 감독의 지휘 아래 주전 세터로 활약했지만, 오래 있지 못했다. 2022-2023시즌이 끝난 후에는 한성정과 트레이드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황택의의 군 입대로 확실한 세터가 필요했던 KB손해보험의 절실함에서 비롯된 영입이었다. 그러나 황택의가 2024-2025시즌 초반 복귀를 하는 만큼, 황승빈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23-2024시즌이 끝나고 또 트레이드 대상이 되었다.
현대캐피탈이 황승빈을 원했다. 현대캐피탈은 김명관이 국군체육부대(상무)로 떠나면서 공백이 생긴 주전 세터 자리가, KB손해보험은 미들블로커 및 황택의를 받칠 백업이 필요했다. 시즌 개막 직전 황승빈은 현대캐피탈로 떠나게 됐다. 4년 연속 트레이드라는 흔치 경험을 하게 됐다.
또 한 번의 트레이드, 시즌 개막 직전에서야 팀에 합류한 만큼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거라 봤지만 황승빈은 안정적인 토스로 팀의 순항을 이끌었다. 레오, 신펑, 허수봉, 최민호, 정태준 등 공격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한 명에게 쏠리지 않았다. 또 좋은 공격수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공을 올리는 세터의 토스가 흔들리면 공격수들도 제대로 때릴 수 없다. 황승빈이 안정적인 올려준 덕분에 레오, 허수봉, 신펑 등이 펄펄 날 수 있었다.
또한 예리한 서브도 황승빈을 돋보이게 했다. 황승빈은 올 시즌 세트당 서브 0.181개를 기록 중이다. 이는 데뷔 후 개인 한 시즌 최고 기록이다. 세터 중에서는 황택의(0.26개)에 이어 2위다. 행복 배구를 하고 있다.
저니맨, 트레이드 이적생에서 정규리그 1위 팀의 주전 세터로 우뚝 선 황승빈.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기록 도전은 계속 된다. 현대캐피탈은 승점 76 26승 4패를 기록 중이다. 먼저 최다 승점. V-리그 역대 최다 승점은 2011-2012시즌, 2014-2015시즌 삼성화재가 기록한 승점 84(29승 7패)다. 여자부 최다 승점은 2021-2022시즌 현대건설, 2022-2023시즌 흥국생명이 기록한 승점 82. 승점 8을 더하면 타이, 9를 추가하면 신기록이다. 또한 지금까지 딱 세 번 나온 리그 30승에 도전한다. 2005-2006시즌 현대캐피탈이 31승(4패), 삼성화재가 30승(5패), 2009-2010시즌 삼성화재가 30승(6패)을 기록한 바 있다.
남은 경기, 봄배구 무대에서도 황승빈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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