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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타이난(대만) 김진성 기자] “스위치히터를 포기하면 정체성이 사라진다.”
NC 다이노스 국대 유격수 김주원(23)은 스위치히터다. 그런데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케이스다. 우타석에서 좀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래도 김주원은 좌타석에서의 생산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데뷔 후 세 명의 감독을 맞이했지만, 누구도 김주원의 스위치히터 의욕을 꺾지 못했다.
사실 구단 내부에선 김주원이 우타석에만 집중하면 좀 더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운동능력이 좋고, 타격 재능도 출중해 언젠가 3할에 20-20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하다. 당장 전임감독이 그런 김주원을 눈 딱 감고 2년간 9번타자로 쓴 건, 훗날 역사가 재평가할 전망이다.
어쨌든 김주원은 공수겸장 스위치히터 유격수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년 후반기 57경기서 타율 0.320 4홈런 21타점으로 맹활약, 타격이 어느 정도 정립돼 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호준 감독은 김주원이 발을 드는 높이나 하체의 턴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작아지면서 정확성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주원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작년 후반기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난 아시아 태평양 국제야구훈련센터에서 “지금은 홈런은 아예 생각 안 한다. 강하게만 타격하려고 한다. 손아섭 선배님도 맞고 난 뒤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맞기 전까지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했다”라고 했다. 스윙을 컴팩트하게 수정하되, 강한 타구 생산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홈런도 나올 수 있다.
스위치히터 포기 의사는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혔다. 김주원은 “딱히 뭐 한 가지만 하려고 하지 않는다. 스위치히터는 계속 할 것이다. 훈련 루틴 자체가 타격훈련이 남들보다 길다. 대신 단체 훈련 시간은 정해졌으니 양쪽 타석을 나눠서 훈련한다”라고 했다. 결국 양쪽 타석 모두 훈련을 해야 하니 남들의 2배 이상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대단한 열정이다.
김주원은 “오른쪽으로만 치면 성적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정체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둘 다 하는 게 메리트가 있다”라고 했다. 만약 그의 우상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가 스위치히터를 포기한다면? 그러자 김주원은 순간적으로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김주원은 린도어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많이 연구한다. “린도어는 스윙 아크가 큰 선수다. 타이밍을 잡고, 리듬을 타는 부분도 많이 참고한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린도어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철저히 참고만 하며 제2의 린도어가 아닌 제1의 김주원을 바라본다.
김주원은 올해 9번 타자를 벗어나 2번타자로 격상된다. 이호준 감독은 일단 김주원을 2번타자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그는 “작년 후반기에 2번으로 잠시 나가기도 했다. 투수와 잘 싸우는 법, 출루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것은 좋을 듯하다”라고 했다.
타이난(대만)=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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