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순박한 시골 청년이죠.”
KIA 타이거즈 왼손 셋업맨 최지민(22)은 덩치는 큰데 인상은 굉장히 부드럽고 순하다. 최지민의 강릉고 1년 선배 김진욱(23, 롯데 자이언츠)은 최근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서 최지민을 두고 위와 같이 얘기했다.
인상은 순하지만 마운드에선 승부사였다. 1년차 시절이던 2022년을 끝으로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 다녀오더니 사람이 바뀌었다. 투구 밸런스를 잡고 구속을 올렸다. 2023시즌 초반 잠실 원정에서 포심 149~150km을 찍으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포심과 슬라이더에 의존한 투구였으나 스피드와 구위에 경쟁력이 있다 보니 우타자 몸쪽으로도 슬러이더를 팍팍 꽂는 자신감이 돋보였다.
그해 최지민은 58경기서 6승3패3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서 마무리 박영현의 바로 앞을 책임지는 메인 셋업맨을 맡아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병역혜택을 받더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도 소중한 국제경험을 쌓았다.
그런데 이 부작용이 2024시즌 내내 해결되지 못했다. 2022시즌 직후부터 2023년 가을까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전 세계에서 공을 던지다 보니 체력도 떨어지고 좋았던 투구밸런스를 잃어버렸다. 2024시즌 초반 최지민의 모습은 다시 신인 시절이던 2022년이 떠올랐다.
이후 투구내용에 기복을 보이자 이범호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서도 최지민에게 과감하게 휴식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 후반기 초반 총 두 차례의 휴식기도 최지민을 2023년 버전으로 돌리지 못했다. 시즌 56경기서 3승3패3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5.09. 한국시리즈서도 중요한 순간에 중용되지 못했다.
시즌 후 재정비 기간을 거쳐 다시 2025시즌의 출발선상에 섰다. 최지민은 지난 22일 일본 오키나와 코자 신킨 스타디움에서 열린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연습경기에 구원등판, 1이닝 2사구 1탈삼진 1폭투 무실점했다. 실점하지 않았으나 투구내용은 깔끔하지 않았다.
여전히 2023년의 날카로움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음을 암시한 등판이었다. 투구수는 21개로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다. 포심 최고 144km까지 나왔고, 평균 142km였다. 스피드와 구위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최지민은 스피드와 구위, 커맨드만 회복하면 포심과 슬라이더 조합으로도 위력이 있다. 그러나 그게 안 되면 상황이 다소 복잡해질 여지는 있다. 오프시즌 절치부심 하며 개인훈련을 소화했으니, 좀 더 인내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KIA 불펜이 당장 최지민에게 크게 의존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건 아니다.
정상적인 최지민이라면 팀 내 왼손 불펜 중 구위 1등이다. 분명히 좌완 불펜 왕국 속에서도 희소성이 있는 투수다. 일단 오키나와 잔여 연습경기와 내달 시작할 국내 시범경기서 꾸준히 등판, 컨디션과 경기력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이범호 감독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투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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