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가오슝(대만) 김진성 기자] “쉬는 날이라서 한 12시까지 자고 있었는데…”
‘코리안특급’이자 TMT(투 머치 토커)로 유명한 박찬호(52).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의 친구이기도 하고, 키움에서 뛰는 우완 2년차 김윤하(20)의 5촌 외당숙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매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키움 선수단을 방문해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홍원기 감독은 그런 절친이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대만 가오슝 핑둥 CTBC파크, 국경 칭푸야구장 등을 돌며 치르는 키움의 2차 가오슝 스프링캠프. 홍원기 감독은 박찬호 얘기를 많이 했다. “찬호가 이번에도 와서 투수들에게 얘기해주고 갔다. 150km보다 중요한 게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것이다. 프로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제구다. 150km 던지면 뭐하나. 원하는 곳으로 못 던지면 게임을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찬호의 얘기에 절대적으로 공감한 홍원기 감독은 내심 친구가 대만에도 와서 선수들 격려를 해주길 바라는 눈치. 그러나 웃더니 “찬호 지금 바빠서 한국에 있다”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윤하 잘 하고 있는지 꼭 묻는다”라고.
김윤하에게 5촌 외당숙 얘기를 안 꺼낼 수 없었다. 김윤하는 자연스럽다는 듯 “삼촌(5촌이지만 김윤하는 평소에 박찬호를 삼촌으로 부른다)은 공이 더 빠르면 좋겠지만 욕심 내지 말고 정확하게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준다”라고 했다.
그 다음이 압권이었다. 김윤하는 “작년에 한번 시즌 중에 삼촌에게 전화가 왔다”라고 했다. 여름에 일요일 경기에 등판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월요일은 KBO 10개 구단의 쉬는 날. 김윤하도 모처럼 늦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 오전에 김윤하의 휴대폰이 울렸다고. 김윤하는 삼촌의 전화에 한 주를 상쾌하게(?) 시작했다.
김윤하는 “좀 못 던진 다음 날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촌의 말씀이 잔소리라고 느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게 모든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얘기인데, 중요시하지 않게 생각하고 약간 넘길 수 있는 부분들을 다시 짚어준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조카에게 선발투수의 덕목부터 전날 경기 복기 등 전화로 간단히 레슨(?)을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당연히 짧은 시간의 통화일 리 없었다. 김윤하는 절대 잔소리는 아니라고 했지만, 웃더니 “또 격려라고 하기에도 좀…격려도 아니었어요”라고 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출신 대투수의 생생한 어드바이스를 들을 수 있는 투수가 국내에 몇이나 될까. 김윤하는 복이 많은 선수다. 그는 삼촌의 가르침을 받들어 “캠프에서 초구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잡는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고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해야 타자와의 승부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투구의 기본이다.
김윤하는 “작년엔 어차피 피해가다 점수를 많이 주고 못 던질거면, 그냥 자신 있게 던지는 모습이라고 보여줘야 되겠다 싶었다.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 존에만 넣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결과가 좋아서 계속 그렇게 갔다”라고 했다.
김윤하는 신인 시절이던 지난해 19경기서 1승6패2홀드 평균자책점 6.04를 기록했다. 성적은 별 볼 일 없었지만, 올해도 케니 로젠버그, 하영민에 이어 3선발로 사실상 낙점 받았다. 본인 말대로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인 승부를 할 줄 알기 때문이다. 홍원기 감독은 점수를 많이 줘도 공격적으로, 긴 이닝을 끌고 가는 김윤하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러다 많이 얻어맞는 날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 김윤하는 자신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김윤하는 “올 시즌에 구종을 추가하지는 않았다. 스플리터를 하영민 선배가 던지는 방식으로 바꿨다. 각을 중시했는데 그보다 직구랑 비슷하게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10승, 150이닝을 목표로 삼고 캠프에 왔다”라고 했다.
부딪히고 얻어 맞고, 삼촌에게 귀한 어드바이스도 받고. 김윤하는 자신의 목표도 시원시원하게 밝혔다. 더 떨어질 곳이 없다. 야구를 잘 할 일만 남았다.
가오슝(대만)=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