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인정하기 쉽지 않은데…내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형종(36, 키움 히어로즈)은 2022-2023 오프시즌에 퓨처스 FA를 통해 4년 20억원 계약을 맺고 LG 트윈스에서 키움으로 옮겼다. 그러나 2년간 지독한 부진과 불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23시즌에는 99경기서 타율 0.215 3홈런 37타점 OPS 0.646으로 부진했다.
2024시즌에는 35경기서 타율 0.216 4홈런 19타점 OPS 0.723에 그쳤다. 2023시즌이 끝나고 타격 매커닉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고,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4월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자신의 타구가 발등을 때리면서 수술대에 오르면서 완전히 꼬였다. 7월9일 한화전서 돌아왔으나 7월 성적은 23타수 1안타 타율 0.043에 그쳤다. 이후 반등은 없었다.
키움은 이형종이 4년간 중심타선 한 축을 책임져주길 바랐지만, 결과적으로 계산은 어긋났다. 당연히 건강하면 최대한 자리를 보장해줬다. 아직도 키움에서 2년간 계약이 더 돼 있다. 그러나 계약의 반환점이 지나자 구단의 스탠스가 바뀌었다.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 등 외국인 외야수만 2명을 영입하면서 이형종을 비롯한 어지간한 외야수들의 출전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견수도 사실상 미래의 간판으로 점 찍은 이주형이 꿰찼기 때문이다. 36세의 베테랑 이형종은, 굳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올해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다.
지난주 대만 가오슝 국경칭푸야구장에서 만난 이형종은 “어쨌든 2년간 보여준 게 없다. 내 자리가, 조금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걸 놓고 있으면 기회를 못 잡는 것 같다. 그 순간, 딱 한번 왔을 때 차지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것도 미리 생각을 해놔야 한다. 실제로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실망이 크거든요”라고 했다.
이형종은 미리 자신이 백업임을 인지하고 대타로서의 삶, 백업으로서의 삶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걸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어쨌든 내가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치고 뭐 이런 것도 다 그런 것이다. 올 시즌은 대타가 됐든 뭐가 됐든 누가 컨디션이 떨어지고 내가 쑥 들어갔을 때, 정말로 아무도 잊지 못할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지금부터 한다”라고 했다.
지명타자로 꾸준히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형종 같은 입지의 선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기왕이면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게 키움의 전통적인 문화다. 이형종은 “지명타자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 나도 연차가 많이 쌓였다. 지금 분위기나 느낌을 보면 지명타자보다 뒤에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작년에 수정한 타격 매커닉은 다시 한번 수정했다. 적은 기회서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장타로 임팩트를 남기기 위한 준비를 시도 중이다. 결국 팀이 백업으로, 대타로 나갈 이형종에게 결정적 한 방을 바랄 것이라는 게 자신의 예감이다.
이형종은 “그 안에서 또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다. 이 팀이 원하는 게 결국 장타다. 올해 그렇게 준비를 많이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남은 2년간 타격을 보여줘야 한다. 타율은 당연히 올려야 한다. 그렇게 1년 내내 못 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는데…타율과 홈런, 장타를 끌어올려야 한다. 다른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 2년 안에, 올해 보여줘야 한다. 올해 보여줘야 내년이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슬프지만 자기 객관화가 대단한 이형종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대처를 준비 중이다. 올 시즌 강력한 제4의 외야수 후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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