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왕년의 MVP. 11년 전 최고의 선수였을 땐, 이렇게까지 글러브를 많이 챙기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KIA 타이거즈는 3일 일본 오키나와 킨 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KT 위즈와 오키나와 시리즈 최종전을 치러 6-1로 이겼다. 5번째 실전만에 타격이 시원스럽게 터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나성범, 김선빈을 제외한 주축멤버들도 최소 1~2경기를 소화하며 시범경기를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흥미로운 장면도 있었다. KIA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서건창이 6회초부터 이우성 대신 좌익수로 투입됐다. 서건창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좌측 외야에서 수비했다. 서건창은 과거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에서도 외야에서 수비한 적은 없었다.
이날 서건창에게 어려운 타구가 거의 가지 않았다. 때문에 이 한 경기로 서건창의 외야 수비력을 평가하는 건 이르다. 대신 뜬공을 처리하고, 선상 타구에 대처하는 움직임 등은 괜찮아 보였다. 과거 무릎 십자인대 파열 후 운동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는 있었다. 그러나 서건창 정도의 나이를 먹은 선수들은 운동능력을 노련미로 커버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전히 수비력이 괜찮은 선수다.
서건창은 기본적으로 1루수와 2루수다. 프로 데뷔 후 외야수를 이제 막 하기 시작했으니 무턱대고 외야로 돌릴 가능성은 낮다. KIA에 백업 외야수도 바글바글하다. 만약의 만약 차원에서 외야수 실험을 했다고 보는 게 마침 맞다. 연습경기이니 가능한 시도였다.
그러나 서건창이 올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그리고 외야수비의 능숙함을 더하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꾸준히 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꾸준한 출전은 곧 가치 향상을 의미한다. 1+1년 5억원 FA 계약과 함께 역할 확대를 모색한 셈이다.
사실 KIA는 2루수 김선빈, 1루수 패트릭 위즈덤이 경기에 많이 나갈수록 유리하다. 1루 백업으로는 변우혁도 있다. 서건창으로선 자칫 출전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외야까지 가능하면 대타로서도 기용될 기회가 늘어난다.
서건창은 최대 2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이 끝나도 38세다. 일반 연봉계약이든 비FA 다년계약이든 현역 연장을 노릴 수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 외야수비의 숙련도를 높여두면 현역 말년에 무조건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IA가 만약의 만약, 플랜 C~D를 확보하는 것보다 서건창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2014년 넥센에서 201안타로 MVP를 수상했을 때만 해도 멀티맨으로 변신할 줄 알았을까. 야구도 인생도 한치 앞도 모른다. 서건창이 산전수전을 겪고 고향팀에서 나름의 진화를 거듭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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