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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잘 던지고 있는데 퓨처스리그로 갈 일은 없다"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두산 베어스 선수단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호주 시드니, 2차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의 히트상품이 김택연이었다면, 올해의 경우 홍민규라는 루키를 찾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홍민규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6순번에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고교 통산 24경기에 등판해 98이닝을 소화, 9승 2패 평균자책점 2.39의 성적을 남긴 홍민규에 대해 두산은 "안정적인 메커니즘과 투구동작을 갖춘 투수로 직구와 변화구 모두 제구가 안정적이다. 하드웨어를 보강한다면 기량 향상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점찍었던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인 합숙훈련에서 좋은 평가 속에 홍민규는 지난해 마무리캠프에 합류하게 됐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 결과 '1라운더' 박준순과 함께 유이하게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1월 첫 불펜 피칭에서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눈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홍민규는 코칭스태프가 지켜보는 앞에서 총 40구를 던졌는데, 이승엽 감독은 "신인으로서 코칭스태프와 선배들 앞에서 첫 불펜피칭을 한다는 자체가 긴장됐을 텐데 기대 이상의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정배 투수코치 또한 "처음임에도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흥미롭게 봐도 좋을 것 같다. 마무리캠프에서 신인임에도 좋은 공을 뿌렸기에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게 됐는데, 자신의 공을 잘 던지는 느낌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칭찬은 결코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 홍민규는 호주 시드니에서 진행된 자체 청백전 2경기에서 3이닝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했고, 1차 스프링캠프 MVP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당연히 2차 일본 미야자키 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마치 지난해 김택연이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 캠프에서 홍민규의 이름은 계속해서 거론됐다.
홍민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과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2개의 피안타를 허용하고, 1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는데, 특히 두산과 요미우리 2군 경기를 특별 중계했던 유희관 해설위원은 홍민규의 피칭을 본 뒤 "당찬 투구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고 극찬했다.
이후에도 좋은 모습은 이어졌다. 홍민규는 지난 2일 롯데 자이언츠와 구춘대회 맞대결에서 7-5로 근소하게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며 세이브까지 손에 넣는 등 2차 미야자키 캠프에서 진행된 연습경기(3경기)를 모두 실점 없이 막아냈다. 이에 캠프 MVP로 선정된 잭 로그는 "받을 자격이 있는 막내 (홍)민규에게 상금을 전달한다. 이번 미야자키 캠프를 통해 실력이 크게 향상된 것 같다"며 '막내' 홍민규에게 자신의 MVP 상금을 모두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령탑은 홍민규를 어떻게 봤을까. 이승엽 감독은 "기록지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좋다"고 혀를 내두르며 "시즌 들어갈 때도 이 모습이 유지된다면 당연히 1군"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캠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선수들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신인이라도 좋은 기량을 뽐낼 경우 1군에서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드러냈는데, 생각이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어 이승엽 감독은 "현재 제구가 되지 않는 선수, 자기 공을 못 던지는 선수, 상대 타자에게 얻어맞는 투수 등 여러 유형의 선수들이 있는데, (홍)민규의 경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 같지 않게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선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잘 던지고 있는데 퓨처스리그로 갈 일은 없다.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고,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난 피칭을 보여준다면, 엔트리에 함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을 통해 김택연이라는 마무리의 발견을 비롯해 이병헌, 최지강의 젊은 '필승조'를 구축했다. 여기에 홍민규라는 루키까지 가세할 경우 향후 몇 년 동안 불펜에 대한 걱정은 없을 정도. 관건은 시범경기에서 활약이다. 과연 홍민규가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흐름은 너무나도 좋다.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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