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 눈으로 160km를 못 봤지만…”
키움 히어로즈 우완 사이드암 이강준(24)은 상무 소속이던 지난해 10월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160km를 찍었다.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대비 연습경기 파트너가 돼 주기 위해 방문한 곳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이는 한동안 잔잔한 화제가 됐다. 이강준은 이후 전역했고,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의 약속에 따라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2022-2023 FA 시장에서 사이드암 한현희(32)를 3+1년 4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키움이 보상선수로 찍은 선수가 이강준이다.
선수를 고르는 눈썰미가 좋은 키움이 또 한번 조용한 대박을 터트릴 후보라는 시선이 있다. 이강준은 설악고를 거쳐 2020년 2차 3라운드 22순위로 KT 위즈에 입단했다. 이후 2021년 7월31일에 김준태, 오윤석의 반대급부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KT와 롯데에 모두 1년 반 정도 몸을 잡고 군 복무를 거쳐 세 번째 팀을 맞이했다.
키움은 기회의 땅이다. 조상우(KIA 타이거즈)가 떠났다. 김재웅(상무)은 군 복무 중이다. 마무리 주승우 정도만 확실하고, 필승조는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실적 있는 베테랑 원종현과 김성민이 주축을 이룰 가능성이 크고, 의외의 뉴 페이스로 이강준이 거론된다.
이강준은 1군 통산 32경기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9.51이다. 그러나 잠재력이 아직 터지지 않았다는 게 내부의 시선이다. 무엇보다 키움은 160km을 찍은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없었다. 물론 전광판엔 실제 구속보다 더 나왔다며, 이강준 역시 실제 구속은 150km대 후반이었다고 덤덤하게 회상했다.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이강준은 지난주 대만 가오슝 국경 칭푸야구장에서 “내 눈으로 160km를 보지는 못했다. 주변에서 얘기해줬다. 팬들이 올린 사진을 보고 알았다. 158~159km 인줄 알았는데”라고 했다. 오히려 1군에서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 불펜 투수가 되는 게 현실적 목표다.
이강준은 작년 상무 시절 막판 팔꿈치가 조금 좋지 않아 잠시 쉬었다. 그러나 복귀해 160km를 찍었다. 이제 건강은 정말 괜찮다. “해외 캠프가 처음이다. 날씨도 따뜻하고 한국에 있는 것 같다. 작년에 공을 안 던진 기간이 길어서 불안했는데 계획대로 돼 가고 있다”라고 했다.
일관성 있는 경기력을 만드는 게 숙제다. 이강준은 “작년부터 계속 신경 썼다. 일정하게 던지는 스타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작년에 베이스가 커지면서, 퀵모션을 좀 더 빠르게 하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그런 부분이 잘 돼야 꾸준하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라고 했다.
완화된 피치클락은 문제없이 적응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이강준은 ABS에 대해서도 “투심을 던지니까 낮게 던지면 안 잡아주더라. 올해 ABS가 조금 낮아진다고 하는데 봐야 할 것 같다. 딱히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1군 경력이 많지 않은 투수에겐 마인드 컨트롤, 멘탈 유지도 중요하다. 이강준은 “부진해도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 잘 해도 그냥 그날로 끝, 못해도 그날로 끝. 작년부터 그렇게 하려고 했다. 코치님, 선배님들도 도움을 많이 준다. 마인드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라고 했다.
원종현의 조언 속에 슬라이더를 약간 교정했다. 빠른 공만으로는 1군에서 못 살아남는다. 이강준은 “그걸 100% 한다는 건 아니고, 선배님이 어떻게 하는지 노하우를 듣고 나한테 맞으면 바꾸려고 한다. 미국에서 변화를 시도해볼 시간이 있어서 연습했다. 이제 정립해서 준비하고 있다. 선배님과 똑같이 하지 않고 그립만 조금 바꿨다. 그동안 그립이 직구와 너무 비슷했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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