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통산타율 0.345.
KIA 타이거즈 김도영(22)의 오키나와 연습경기 시리즈 타율은 0.125였다. 3경기서 8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 1득점에 그쳤다. 홈런과 타점은 1개도 없었다. 그러나 김도영을 걱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야구를 제일 잘 하는 선수가 다른 무대도 아니고 연습경기서 영점 조준이 좀 안 됐다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범호 감독은 주축 선수들에게 페이스를 최대한 늦게 올릴 것을 지시했다. 작년 한국시리즈까지 치르면서 쌓인 피로를 완전히 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이 작업이 제대로 안 됐는데 똑같이 시즌을 준비하면 피로도가 가중되고, 부상 위험이 올라가고,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2009년과 2017년 통합우승 후 행보를 생각해보면, 이범호 감독의 지론은 일리 있다.
나성범과 김선빈은 심지어 오키나와에서 한 타석도 들어서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김도영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훈련량을 무리하게 안 올리고 3~4개월만에 치른 실전서 장타를 펑펑 치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그런데 김도영은 시범경기만 되면 눈빛이 바뀌었다. 시범경기 통산 34경기서 116타수 40안타 타율 0.345 4홈런 15타점 OPS 0.877이다. 특히 데뷔 첫 시즌이던 2022년엔 44타수 19안타 타율 0.432 2홈런 5타점 OPS 1.068로 펄펄 날았다. 시범경기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을 석권하며 남다른 떡잎을 자랑했다. 물론 생애 첫 정규시즌서 쓴맛을 보고 “그땐 선배님들이 치라고 좋은 공을 준 것이었다”라고 했지만.
페이스가 거의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서 네 번째 시범경기를 맞이한다. 일반적으로는 좋은 성적이 기대가 안 된다. 굳이 좋은 성적을 낼 필요가 없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시범경기서 계속 타석을 소화하고, 수비를 병행하면서 실전 감각이나 경기에 필요한 체력을 올리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작년 시범경기를 돌아보면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김도영은 2023년 11월19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 연장서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좌측 중수지절관절 내측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로 4개월 진단을 받았다. 누구도 2024시즌 개막전 출전을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김도영은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마지막 턴에서야 처음으로 티 베팅을 소화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겨우 실전의 맛을 봤다. 그럼에도 시범경기 10경기서 타율 0.286 2타점 OPS 0.654로 선전했다. 2022~2023년에 비하면 처진 성적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게 클래스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김도영이 8일 개막할 시범경기서 갑자기 맹타를 휘두르는 장면을 상상하는 게, 현실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이번 시범경기서도 꾸준히 3번 3루수로 나갈 것이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수치를 남길까. 올 시즌 농사와 아무런 상관없는 10경기지만, 3월부터 팬들을 열광시킬 수도 있는 선수가 김도영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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