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쓴소리요? 조곤~조곤~얘기했어요.”
KIA 타이거즈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1승4패에 그쳤다. 시작부터 내리 4연패했다가 KT 위즈와의 3일 최종전서 낙승하며 전패를 면했다. 사실 결과보다 내용이 엉망인 경기가 더러 있었다. 이범호 감독이 그 와중에 현장에서 이례적으로 선수단 미팅을 소집, 쓴소리를 날렸다는 전언이다.
이범호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선수들이 야구를 잘 할 수 있게 판을 잘 깔아주는 지도자다. 소위 말하는 ‘엉덩이 팡팡’을 가장 능수능란하게 하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김기태 전 감독의 ‘형님 리더십’의 진화된 버전이다.
그러나 그에겐 엄격한 선이 있다. 프로선수로서 할 수 있는 행위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철저히 구분한다. 선 밖으로 넘어가는 구성원에겐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처한다. 이를 테면 실책 그 자체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실책을 해서 위축돼 타격에서 손해를 보면, 그게 본인과 팀 모두 훨씬 큰 손해라고 여긴다.
하지만,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플레이에 대해선 가차 없다. 오키나와 시리즈 도중 이범호 감독이 이례적으로 ‘쓴소리 미팅’을 한 건, 그런 모습이 선수들에게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 첫 3경기에는 실책도 잦았고 안 해야 할 플레이들도 나왔다.
놀라운 건 이범호 감독은 그걸 굳이 티 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쓴소리는 아니었고요. 선수들한테 쓴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더니 “근데 조곤~조곤~얘기했고”라고 했다.
사실 감독이 화가 나고 안 나고는 중요하지 않다.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 좋은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이 느껴야 되는 것은, (내가)화를 낸다고 해서 그게 혼이 난 게 아니고, 화를 안 낸다고 해서 그 플레이가 잘한 게 아니거든요. 플레이를 함에 있어서 감독이 화가 나고, 감독이 화가 안 나더라도 본인들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완벽하게 해내는 게 프로야구 선수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범호 감독은 “특히 고참 선수들, 주전 선수들 말고 자리를 조금이나마 그 자리(주전)로 가기 위한 젊은 선수들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새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얘기했던 것이다.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야 올 시즌에도 전부 다 한 팀이 돼서 잘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 좀 얘기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차라리 잘 됐다. 연습경기서 안 좋은 부분들을 노출하면 시범경기서 보완할 수 있다. 마음과 멘탈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KIA가 통합 2연패로 가기 위해 꽃범호표 예방주사 한 방을 제대로 맞았다고 보면 된다. KIA는 8일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에서 시범경기 개막전을 갖는다.
인천공항=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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