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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혜성(26, LA 다저스)의 마이너리그행을 부추기는 마이너계약남.
김혜성의 마이너리그행 전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 현지에서 쏟아진다. 타격폼을 수정이 아닌 개조 수준으로 변화를 줬다. 방망이 위치를 어깨에서 가슴으로 내렸고, 레그킥을 크게 줄였다. 원래의 폼으로 쳐도 무대가 새롭다 보니 정신없을 수 있다.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전혀 못 보던 투수들을 상대로 새로운 폼으로 치려고 하니, 김혜성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김혜성의 폼 변화를 권유한 다저스 역시 지금의 상태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저스는 6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 포함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7경기가 남았다. 이 7경기를 통해 도쿄로 갈 사람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에 가서 택시 스쿼드로 빠지는 변수는 일단 그 다음 문제다.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 가지 않으려면 일단 무조건 도쿄행 티켓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김혜성을 더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구단 내부에도 있다. 경쟁자들이다. 사실 크리스 테일러, 키케 에르난데스 등은 김혜성의 직접적 경쟁자가 아니다. 이들은 김혜성과 무관하게 유틸리티 요원으로 검증된 선수들이다.
김혜성으로선 가장 신경 쓰일 수 있는 선수가 이날 에인절스전에 9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데이비드 보티(32)다. 보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마이너계약을 체결, 스프링캠프 초대권을 받고 합류한 선수다. 마이너거부권은 없지만, 엄연히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되는 계약을 체결한 김혜성보다 신분이 낮은 선수다.
그런데 그 보티가 시범경기서 1루와 2루를 오가며 맹활약 중이다. 이날 에인절스전을 제외하고 8경기서 20타수 10안타 타율 0.500 2홈런 9타점 6득점 OPS 1.424로 맹타를 휘둘렀다. 보통 마이너계약자가 이 정도로 활약해도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선수를 40인 엔트리에 넣으면 기존 멤버 한 명을 방출해야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막 3+2년 2200만달러 계약을 맺은 김혜성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단, 김혜성으로선 최악의 경우 보티에게 자리를 내주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은 있다. 그 정도로 보티의 페이스가 좋다. 다저스웨이도 지난 5일 이번 시범경기서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으로 보티를 지목했다.
다저스웨이는 “보티가 김혜성, 제임스 아웃맨 등의 부진으로 다저스 내야진의 경쟁에 들어가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LA의 반가운 자원이 될 것이다. 보티는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완전히 무너뜨림으로써 동료들의 부진한 성적을 활용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다저스웨이는 “보티는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처럼 타격을 하고 있으며, 어느 시점에서는 그의 활약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다. 현재까지 그는 벤치 역할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겔 로하스와 크리스 테일러를 앞지르고 있다”라고 했다.
보티는 몇 년 전만 해도 올 겨울 마이너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 선수가 아니었다. 2018년 시카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9-2020 FA 시장에서 5+2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5년 보장금액만 1500만달러.
그런데 이 계약을 맺고 보티는 부진에 빠졌다. 한 시즌도 100경기 이상 못 나갔다. 타율도 1~2할대를 전전했다. 작년에 타율 0.304를 쳤지만,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컵스는 2024시즌 후 보티의 +2년 구단옵션을 실행하지 않았다. 다저스가 그런 보티를 사실상 거저 데려갔다고 보면 된다.
보티는 지금의 상승세가 다음주까지 이어지면, 도쿄행 티켓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리고 친정을 상대로 도쿄시리즈서 기회가 주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리고 보티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가장 신경 쓰일 선수 중 한 명이 김혜성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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