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공 4~5개로 승부를 보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
KIA 타이거즈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면서 MVP에 김도현과 황동하, 이우성과 박정우를 각각 선정했다. 김도현과 황동하는 5선발 경쟁 중이다. 둘 다 실점 없이 깔끔한 투구로 이범호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겼다. 이우성과 박정우는 작년보다 공수에서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흥미로운 건 모범상이다. 지난달 27일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서 투구수 10개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한 좌완 스리쿼터 김대유(34)다. 사실 MVP 4인방에 비해 김대유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게 사실이다. 어쩌면 이범호 감독이 그래서 김대유를 챙겨줬을 수 있다.
김대유는 2022-2023 FA 시장에서 LG 트윈스로 떠난 박동원의 보상선수로 KIA에 입단했다. 2021~2022년 합계 123경기에 나갔고,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으며 LG 불펜의 확실한 감초였다. KIA는 박동원이란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즉시전력감을 뽑은 것이었다.
그러나 김대유는 KIA에서 2년간 부진했다. 2023시즌에는 41경기서 2패4홀드 평균자책점 5.11, 작년에는 37경기서 8홀드 평균자책점 8.28이었다. 김대유로선 책임감도 커질 수 있고, 미안함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가 게재한 스프링캠프 모습을 보면, 김대유가 열심히 땀을 흘리는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 성격이 좋고 평소에도 선수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선수다. 그런데 원 포인트 릴리프여서, 사실 잘해도 크게 티 나지 않는 게 옥에 티다. 다른 보직의 선수들처럼 잘한다고 해서 크게 빛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KIA에서 그런 선수가 김대유와 함께, 오랫동안 이 팀에서 원 포인트를 맡아온 이준영이다. 이범호 감독은 그래서 정재훈 투수코치의 추천을 받아 김대유를 모범상으로 결정했다. 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오면서 “준비를 엄청 잘 했고요. 어바인에서 굉장히 어린 선수들도 잘 다독이면서 자기 운동을 엄청 열심히 했다”라고 했다.
‘돌발’ 등판을 일부러 시켰으나 잘 소화했다. 이범호 감독은 “일본에서도 갑작스럽게 일부러 대유를 올려봤거든요. 그런 일을 해야 되는 친구다. 우리가 가장 급할 때, 왼손 타자가 나왔을 때 한 타자를 잡는 굉장히 중요한 임무를 해야 되는 선수다. 항상 준비하고 있으면서 그 한 타자를 위해서 공 4개에서 5개 안에 승부를 보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인데 그걸 엄청 노력해주고 잘 받아들여주면서 준비해 준 게 너무 고마웠다. 투수코치도 그런 부분에서 제일 좋았다고 생각을 해서 선택했다”라고 했다.
김대유의 올 시즌 연봉은 작년 1억1000만원서 1000만원 오른 1억2000만원. 조금 오르긴 했다. 여기에 모범상 타이틀까지. 김대유로선 모범상 그 자체보다 이범호 감독이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낀 게 좋을 것이다. 선수로서 동기부여가 된다. 김대유는 올 시즌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면 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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