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포크볼 말고는 내세울 게 없어요.”
키움 히어로즈 우완 하영민(30)은 올해 작년보다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는다. 구단이 외국인타자를 2명 뽑으면서, 외국인투수는 케니 로젠버그가 유일하다. 하영민은 올 시즌 2선발이다. 지난해 28경기서 9승8패 평균자책점 4.37로 평범한 성적. 그러나 홍원기 감독의 지론을 가장 잘 이행했던 투수다.
2선발 하영민, 3선발 김윤하가 객관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무게감이 떨어지는 2~3선발이다. 구위가 어머어마한 것도 아니고, 커맨드가 기가 막힌 것도 아니다. 리그 최상급의 구종가치가 있는 변화구를 보유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서 공격적인 승부, 얻어 맞더라도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발휘했던 투수다. 그래서 냉정한 복기, 정확한 방향성 설정을 할 수 있었다.
지난주 대만 가오슝 국경 칭푸야구장에서 만난 하영민은 한 가지 장점이 또 있었다. 초긍정 마인드, 강력한 멘탈이다. 사실 하영민은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한 특급 유망주였다. 그러나 야구가 안 풀린 시기가 길었다. 워낙 고생을 많이 하며 여기까지 왔다. 2024시즌의 하영민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선수였다.
하영민은 “주변에서 2선발이라고 하는데 괜히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한다. 부담을 느껴서 경기에 지장이 갈까봐 편하게 생각한다. 외국인타자 2명을 뽑을 때 내가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괜히 무리하다 다칠 수도 있다. 그냥 작년보다 나은 성적을 목표로 한다”라고 했다.
2선발이니 외국인투수와의 매치업이 비일비재할 전망이다. 하영민은 “내가 상대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지, 상대 선발투수와 상대하지는 않는다. 우리 팀도 좋은 외국인타자가 둘 있다. 타자들을 믿고 최대한 점수를 안 주면 이길 수 있다”라고 했다.
하영민은 3구 이내 승부를 가장 잘 이행하는 투수다. 이승호 투수코치, 정찬헌 불펜코치와 투수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방향성을 이어간다. 하영민은 “우리 팀이 투수들에게 바라는 점이다. 내가 그걸 제일 잘 하진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3구 이내 승부를 해야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긴 이닝을 가져갈 수 있다. 야수들도 수비를 빨리 마쳐야 타격에 집중할 수 있다. 경기 초반이면 무조건 1점을 주더라도 투구수를 적게 해서 빨리 승부를 하는 게 좋다”라고 했다.
이외에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할까. 하영민은 “포크볼인데, 뭐 그거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위에서 많은 장점이 표출됐다. 자신감을 더 가져도 될 듯하다. 마인드는 확실히 좋다. 그러자 그는 “마인드는 항상 좋게 가져가려고 한다. 자꾸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다 보면 진짜 그런 상황이 많이 일어난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좋은 생각이 안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영민은 신인들과도 경쟁한다는 마인드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신인 정현우에겐 커브가 좋다며 그립을 물어보고 참고하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게 있으면 가져온다. (김)윤하에겐 포크볼도 달려주고 그랬다. 그래야 투수들이 시너지가 난다. 자리 지키려고 열심히 할 수 있게 된다”라고 했다.
초긍정마인드, 좋은 멘탈은 팀에 대한 생각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모두 3년 연속 최하위가 유력하다고 하지만, 하영민은 “우리 올해 잘할 것 같다. (김)혜성이 전에 (김)하성이도 갔고, (이)정후도 갔다. 결국 다른 선수들이 나왔다. 지금 신인들도 잘 하고 있다.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영민이 이렇게 좋은 마인드를 갖고 있는 건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한 홍원기 감독의 영향이 크다. 홍원기 감독은 오프시즌마다 선수 개개인과 1대1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하영민은 “비 시즌 면담이 크게 도움이 된다. 올 시즌 어땠는지, 힘든 건 없었는지, 아쉬웠던 부분, 내년에 필요한 것이 뭔지 얘기하고 답변도 듣다 보면 캠프와 비 시즌에 내가 보완할 게 생긴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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