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이 애타게 찾는 오승환 후계자가 20년만에 나타났다?
오승환(43, 삼성 라이온즈)이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에 프로에 데뷔했을 때, 선동열 전 감독의 눈에 띄어 1군에서 등판 기회를 잡았지만 당연히 마무리는 아니었다. 당시 삼성은 권오준 마무리 체제로 뒷문을 꾸리고 시즌에 돌입했다. 오승환은 셋업맨이었다.
그런데 그 오승환이 모두의 기대치를 뛰어넘어 폭주하기 시작했다. 점점 중요한 시점에 나서더니, 급기야 시즌 중반도 채 되지 않아 은근슬쩍 권오준과 자리바꿈을 했다. 그렇게 KBO리그 마무리 역사가 바뀌었다.
오승환이 입단하고 20년이 흘렀다. 삼성은 더 이상 오승환에게 9회를 맡기긴 쉽지 않다. 이미 최근 1~2년간 베테랑 불펜을 여럿 영입해 불펜을 재건했다. 궁극적으로, 장기적으로 오승환의 대체자를 내부에서 찾을 수 있으면 제일 좋다.
그런 점에서 대구고를 졸업하고 2025 신인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입단한 좌완 파워피처 배찬승(19)은 확실히 눈에 띈다. 작년 청소년대표팀의 아시아선수권을 치르기 전만 해도 배찬승은 좋은 투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 대회가 끝난 뒤 배찬승에게 ‘특급’이란 수식어가 붙었다는 게 중론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건, 이렇게 갑자기 쑥쑥 성장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오랜만에 발굴한 좌완 파워피처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시리즈에 이어 8일 개막한 시범경기서도 심상찮다. 본 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포심 153km를 찍는다. 도망가는 법도 없다.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몸쪽과 바깥쪽을 번갈아 활용한다. 포심을 높게 던져 유인하기도 한다. 이건 이미 프로에서 몇 년 뛴 투수와 다름없다.
혹자는 15년~20년 전 ‘쌍권총’ 권혁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혹자는 이 선수가 오승환의 진짜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물론 진정해야 한다.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도 않았다. 144경기 체제의 뚜껑을 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2~3월의 배찬승이 너무 아찔하다. 배찬승은 이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서 1-5로 뒤진 6회초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전부 150~152km 포심을 뿌렸다. 3구가 보더라인으로 향했으나 컨택 능력이 탁월한 에레디아에게 우중간안타를 맞았다.
여기서 흔들리면 배찬승이 아니다. 산전수전을 겪은 홈런타자 한유섬에게 초구와 2구 모두 슬라이더를 택했다. 한유섬은 당연히 포심에 타이밍을 맞출 준비를 했을 것이다. 손도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슬라이더 2개가 모두 스트라이크에 들어갔다. 그러자 3구는 하이패스트볼이었다. 153km를 찍었다. 한유섬의 배트가 돌았지만, 배찬승의 공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고 박성한을 153km 포심과 슬라이더로 쉽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고명준 타석에서 대주자 최상민이 도루에 실패하면서 이닝 종료. 배찬승의 매력을 더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150km대 초반의 빠른 공 자체도 매력적인데 유인하기도 하고 스트라이크도 던진다. 슬라이더를 보더라인에 꽂기도 하고 유인구로도 쓴다. 삼성은 이런 투수를 1군에서 최소한 필승계투조로 안 쓰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게 확실하다.
만약 이날 배찬승이 등판한 상황이 세이브 상황이었다면? 그래도 배찬승은 같은 결과를 냈을 수 있다. 어쩌면 이 선수는 아주 매력적인, 대성할 마무리감일 수도 있다. 물론 선발 육성도 가능해 보인다. 삼성 팬들이 소리 질러도 될 것 같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