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격에는 재능이 있어요.”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주전라인업, 필승계투조 구성 등에 대해 좀처럼 확언하지 않는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안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이미 22일 정규시즌 개막전 라인업과 경기운영에 대한 계산까지 90% 이상 마쳤다.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건전한 긴장감을 주기 위해 말을 아낄 뿐이다.
키움 역시 마찬가지다. 8일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 선발라인업과 불펜 운영이 큰 틀에서 정규시즌에도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정말 결정하지 못한 포지션이 하나 있으니 3루다. 홍원기 감독은 2024년 골든글러브급 시즌을 보낸 송성문을 2루로 보냈다. 물론 특유의 유행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를 사용하며 송성문의 3루 복귀를 불가능의 영역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송성문이 김혜성(LA 다저스)이 떠난 2루에 안착하는 게 베스트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활동량이 많은 이 포지션을 베테랑 최주환에게 맡기는 게 무리라는 배경이 깔려있다. 최주환은 작년처럼 1루를 보면서 타격 생산력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홍원기 감독의 최초의 구상은 이적생 강진성을 주전 3루수로 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강진성이 3루를 볼 순 있지만, 수비력이 썩 안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이 선수도 한 방을 위해 영입한 카드다. 수비에 대한 부담을 안겨서 장점을 발휘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고 봤다.
그렇게 3루는 ‘쌩’ 신인들의 각축장이 됐다. 마침 홍원기 감독이 가오슝에 합류한 신인들을 살펴보니 타격 재능을 꽤 확인했다. 가오슝 캠프 초반엔 여동욱이 눈에 띄었다.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3라운드 27순위에 입단한 오른손 내야수.
그러나 가오슝 캠프 중~후반에는 또 다른 신인 전태현이 눈에 띄었다. 용마고를 졸업하고 5라운드 41순위로 입단한 우투좌타 신인. 가오슝 연습경기 시리즈서 팀의 첫 홈런을 책임졌다. 그렇게 홍원기 감독의 3루 플랜에 여동욱과 전태현이 확실하게 들어섰다.
실제 시범경기 개막전서 전태현이 7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비공식 데뷔전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4타수 무안타 1삼진.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5회 야시엘 푸이그의 대주자로 등장한 여동욱이 7회 첫 타석에서 목지훈의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들어오자 힘차게 잡아당겨 좌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여동욱에겐 영원히 잊지 못할 하루다.
만약, 올 시즌 키움 핫코너에 여동욱이 완전히 자리매김한다면, 이날 홈런 한 방은 새 역사의 시작을 알린 한 방으로 기억될 것이다. 단, 프로가 고졸 ‘쌩’ 신인들이 단박에 자리매김할 정도로 호락호락한 곳은 절대 아니니, 일희일비하면 안 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도 여동욱이 꽤 자신감을 얻었을 듯하다.
여동욱과 전태현의 3루 경쟁의 키는 결국 수비다. 홍원기 감독이 현재 가장 걱정하는 건 두 사람이 수비력이다. 내색하지 않지만, 불안한 게 사실이다. 전태현의 경우 고교 시절까지 유격수를 봤다. 가오슝에선 3루와 외야 수비훈련까지 소화했다.
송성문이 정말 마음 편하게 2루로 이동할 수 있을까. 여동욱의 첫 홈런과 함께 영웅들이 3루 고차방정식 풀이에 들어갔다. 당연히 잃을 게 없는 지금, 못 먹어도 GO.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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