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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많은 팬들 앞에서 던지게 돼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74구,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금 당장 개막전에 등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피칭이었다. 반즈는 1회 선두타자 박찬호를 2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경기를 출발, 후속타자 김선빈도 2루수 땅볼, 김도영에게는 삼진을 뽑아내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2회초에는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맞았는데, 이후 투구 내용이 압권 그 자체였다.
패트릭 위즈덤을 상대로 142km 직구를 위닝샷으로 선택해 삼진을 뽑아내더니, 최형우에게 144km 직구, 이우성에게는 132km 슬라이더를 뿌려 KIA 타선을 얼어 붙게 만들었다. 그리고 삼진쇼는 3회까지 이어졌다. 반즈는 선두타자 김태군을 128km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했고, 이어 나온 최원준까지 130km 슬라이더로 묶어내며 5타자 연속 삼진을 마크했다.
특히 4회초에는 선두타자 김도영에게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으며 첫 실점 위기 상황에 놓이기도 했는데, 나성범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도영의 진루를 막아내지 못하면서 1사 3루에 몰렸다. 여기서 반즈는 위즈덤을 1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고, 이어 나온 최형우에게 130km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을 솎아내면서 4이닝 무실점으로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쳤다.
이날 롯데와 KIA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지만,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반즈는 "전반적으로 좋았다"며 "첫 몇 이닝 정도가 안 좋게 흐르다 보니, 볼 카운트가 많이 늘어나긴 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잡으면서, 전반적으로 경기도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많은 팬들 앞에서 던지게 돼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반즈는 4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삼진을 솎아낼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는데 "삼진을 잡으면 타자가 주자로 나갈 수 없지 않나. 이게 투수들이 가장 원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오늘 경기는 원하는 대로 잘 흘러갔던 것 같다"며 "오늘은 높게 던진 부분이 정말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많은 선수들이 내 슬라이더를 봤기 때문에 그걸 노리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높은 코스를 많이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으로 반즈는 벌써 KBO리그에서만 4시즌째가 됐다. 이제는 '장수 외인'의 반열에 접어들기 시작한 셈. 반즈는 "항상 꾸준히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만 컨트롤하겠다는 생각이고, 열심히 해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 내 마음가짐"이라며 "오늘 만원관중이 굉장히 기뻤다. 팬들 앞에서 던지면 그만큼 내 에너지도 넘치고, 기쁘다. 이렇게 많은 팬들 앞에서 던질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KBO리그를 완벽히 꿰뚫고 있지만, '뉴페이스' 터커 데이비슨에게는 아직 조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반즈는 "같은 좌완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는 부분은 있는데, 실질적인 조언은 경기가 제대로 진행이 됐을 때 해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특정 타자를 상대로는 '조금 더 침착하게 던져도 된다'라던가, 다른 타자를 상대로는 '공격적으로 던져도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데이비슨이 보유한 능력이 좋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지켜본 뒤에 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반즈는 지난해 내복사근 부상으로 인해 꽤 오랜 기간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150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171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부상만 없었다면, '탈삼진왕'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반즈는 다시 한번 '닥터 K'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반즈는 "오프시즌 트레이닝 파트와 연락도 하고, 함께 훈련을 하면서 부상이 없을 수 있도록 방지하면서 훈련을 했다"며 "삼진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면, 큰 영광이겠지만,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진 않겠다. 일단 다음 경기, 시범 경기에서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집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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