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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보시기에도 많이 줄였다는 느낌이 드실 것"
KBO는 올 시즌부터 '피치클락'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피치클락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도입된 제도로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제대회에서도 피치클락이 도입돼 있는 상황. 이에 KBO도 불필요한 시간 단축하고, 국제대회에서 피치클락 확대 적용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범위 내로 조정해 피치클락을 도입했다.
KBO리그의 피치클락은 타석 간 간격은 33초, 투수의 투구 간격은 주자 없을 시 20초, 주자 있을 시에는 25초로 확정했다. 그리고 타석당 타자의 타임 아웃 횟수는 2회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KBO는 피치클락 등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를 지난 1월말 각 구단과 선수들에게 베포했고, 2월 초에는 심판, 기록위원의 합동 훈련까지 진행했으며, 2월말에는 기록위원들이 스프링캠프지를 방문해 피치클락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까지 가졌다.
피치클락이 도입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몇몇 선수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에서는 김원중이 그 대상이었다. 선수들마다 다양한 루틴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하지만, 김원중은 지난해 시범적으로 도입된 피치클락을 유독 많이 위반했었다. 때문에 피치클락이 도입될 경우 김원중의 투구에 적지 않은 영향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김원중도 프로 선수. 피치클락을 위반하지 않게 변화했고, 지난 8일 경기에서 전혀 문제가 없음을 선보였다. 김원중은 4-3으로 롯데가 근소하게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고, 세 타자를 잡아내는 동안 단 한 번도 피치클락을 위반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치클락도 김원중에게 그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 단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지만, 피치클락을 위해 루틴에 변화를 줬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9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원중은 "피치클락에 대해서는 준비를 많이 했다. 템포를 빨리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공을 잡고 바로 던진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다"며 "피칭 과정에서 그동안 잡동작이 많았는데, 그 동작을 좀 줄였다. 그리고 공을 잡고 사인 교환을 조금 더 빠르게 하기로 포수와 맞췄다. 덕분에 더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마운드에서 발 굴림 동작이 많은 편인데, 이를 완전히 없애진 않았지만, 이전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횟수를 줄였다. 그는 "마운드에서 움직이는 동작들을 줄이려고 했다. 어쨋든 마운드에서 움직이는 동작이 많다 보니, 집중도 조금 덜 되는 부분도 있었다. 때문에 공을 잡고 웬만하면 바로 던지려고 하고, 사인 교환을 빠르게 한 것이 컸다"며 "(발 굴림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은 내 타이밍에 맞지 않으니, 많이 줄였다. 보시기에도 많이 줄였다는 느낌이 드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본이 많지 않지만 이는 그동안 김원중을 상대했던 선수들의 타이밍을 뺏는데 용이할 수 있다. 김원중은 "공을 빠르게 던지다 보니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은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 투구 밸런스에도 크게 영향은 없다. 아직 한 게임 밖에 안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시범경기를 해보면서, 밸런스나 이런 부분을 맞춰서 한다면 더 확실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구 루틴에 변화가 생긴 스트레스는 없을까. 그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입 밖에도 안 꺼내려고 한다. 좋은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차피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과정 중 하나라서 큰 무리 없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김원중이 변화를 준 것은 투구 루틴뿐만이 아니다. FA 계약을 맺은 뒤에는 긴 머리까지 단정하게 정리했다. 김원중은 "'의미 있는 날에 머리를 자르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내게는 의미가 있는 큰 날이라 생각해서 자르게 됐다. 그리고 머리 자르는 것을 원하는 분들도 많았다. 야구장에서는 조금 더 강하게 보이고 싶어서 머리를 길렀는데, 이제 그런 부분을 다른 걸로 찾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도 머리를 깎은 뒤 외출, 퇴근 준비가 빨리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는 "기회가 되면 기르는 것이지만, 솔직히 짧은 게 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기를) 생각이 없다. 씻고 나와도 모든 남자분들과 비슷한 시간대다. 너무 편하다. 출퇴근 시간이 30분씩 세이브가 되는 것 같다. 모든 여자분들을 리스펙 한다. 평생 머리를 기르는 게 진짜 힘들다"고 웃으며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건강하게 최대한 많은 경기가 나가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개인 목표보다는 팀의 가을 야구, 더 높은 곳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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