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 같은 늙은이는 물러날 필요가 있다.”
1월22일이었다.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2)가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로 떠나면서 위와 같이 촌철살인의 코멘트를 날렸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된다”라고도 했다. 현역 말년의 자신이 4번 타자를 하면 KIA의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최형우의 소원, 올해 이뤄진다. 아니, 이미 이뤄졌다. KIA 이범호 감독은 8~9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서 최형우를 6번타자로 썼다. 이변이 없는 한 ‘최형우=6번 카드’는 당분간 밀어붙일 듯하다.
새 외국인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왔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애당초 4번타자 1순위라고 했지만,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면서 생각이 좀 바뀐 듯하다. 나성범을 4번, 위즈덤을 5번에 넣었다. 결국 3번 김도영부터 6번 최형우까지 우-좌-우-좌 클린업 쿼탯이 완성됐다.
정말 최형우의 말대로 이 구성이 144경기 내내 이어지면 대박이다. 단, 지금은 이 조합의 시너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누가 봐도 타자들의 타격감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시범경기 개막 2연전이 올해 첫 실전이었다.
KIA는 작년 한국시리즈까지 치르면서 주축들, 베테랑들의 몸에 쌓인 피로가 만만치 않다. 이범호 감독은 이 피로를 완전히 풀고 새 시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여긴다. 설령 타격 페이스를 늦게 올려도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순위싸움은 한여름부터다.
KIA가 2009년과 2017년 우승 이후 추락한 공통점은, 결국 주축 멤버들 컨디션 관리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지금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하면 당장 자신이 구상한 중심타선의 틀을 흔들 가능성은 낮다.
당분간 김도영~나성범~위즈덤~최형우 체제가 이어진다. 나성범이야 실전이 아예 없어서 감각이 없는 상태이고, 관심사는 역시 위즈덤이다. 오키나와에서 2경기만 나가기도 했고, 지난 롯데와의 2연전서 본격적으로 KBO리그 적응기가 시작됐다. 박세웅, 찰리 반즈, 터커 데이비슨의 변화구에 각각 한차례씩 삼진을 당했다.
위즈덤이 KBO리그 투수들의 느린 공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유인구를 골라내고, 치기 좋은 공만 치면 워낙 파워가 좋아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단, 그 과정에서 위즈덤이 너무 고전할 경우 타순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
타순 조정이라면 결국 최형우가 4번이나 5번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위즈덤이 잠시 6번으로 내려가고 나성범과 최형우가 4~5번을 구성할 수도 있다. 혹은 최형우와 나성범이 4~5번을 구성할 수도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체크할 것은 김도영=3번 불변이다. 이범호 감독은 1~2번 테이블세터의 흐름이 안 좋을 경우 2번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김도영은 3번타자다. 설령 위즈덤과 최형우가 자리바꿈을 하더라도 3번만큼은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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