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지금 빵빵 터지면 더 이상해.”
KIA 타이거즈 ‘외국인 거포’ 패트릭 위즈덤(34)에 대한 ‘인내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메이저리그 88홈런의 위즈덤은 아시아야구가 처음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볼 빠른 투수들만 보다가, 국내에서 공이 느린 선수, 팔이 밑에서 나오는 투수 등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형적 공갈포였지만, 이범호 감독은 작년 홈런왕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처럼 결국 위즈덤도 극복할 것이라고 본다. 히팅포인트를 조금 뒤로 빼면 느린 공에 타이밍도 맞출 수 있고, KBO리그 투수들 특유의 유인구도 골라내면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것이란 계산이다.
워낙 힘이 좋아서, 좀 뒤에서 맞아도 담장을 넘어갈 타구는 넘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지금은 시범경기이고, 정규시즌 개막을 해도 일정 기간 기다려줘야 할 수도 있다. 이범호 감독은 일단 시범경기서 3경기 연속 5번타순에 배치했다.
위즈덤은 2월27일 LG 트윈스전서 2타수 무안타, 3월 3일 KT 위즈전서 2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했다. 그 1안타가 KBO리그 최고 사이드암 고영표에게 뽑아낸 좌선상 2루타였다. 몸쪽으로 바짝 붙인 공을 기 막히게 잡아당겼다. 그 스윙 하나로 메이저리그 88홈런의 클래스를 확실히 느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국내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위즈덤은 롯데를 상대로 2경기서 6타수 무안타에 3삼진을 당했다. 롯데 1~3선발 찰리 반즈, 터커 데이비슨, 박세웅에게 삼진을 한 차례씩 당했다. 이들의 변화구 주무기에 당했다.
10일 창원 NC전 역시 고전했다. 변우혁에게 1루 수비를 내주고 지명타자로 나섰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완 최성영의 슬라이더에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사실 실투성 코스였지만, 위즈덤의 타이밍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3회 2사 1,3루서는 최성영의 하이패스트볼에 2루 뜬공으로 물러났다.
위즈덤으로선 세 번째 타석이 아쉬웠다. 2사 1루서 우완 손주환의 슬라이더에 모처럼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루수 도태훈의 수비가 기 막혔다. 자세가 살짝 무너진 채 바운드를 잘 맞췄다. 절묘하게 걷어내 호수비를 완성했다. 위즈덤으로선 야속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이날도 3타수 무안타. 그래도 고무적인 건, 헛스윙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1회 최성영의 슬라이더에 딱 한 차례만 방망이를 헛돌렸다. 알고 보니 위즈덤은 최근 이범호 감독에게 “공을 충분히 보고 싶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국내와 어떻게 공이 다른지, 공을 좀 봤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하고 싶은대로 해달라고 했다. 미국 야구와 전혀 다른 점이 있으니까 한번 보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친구에게 압박을 계속 주면, 초조해서 안타가 안 나온다. 궁지에 몰릴까봐. 그런 것에 대해 전혀 얘기를 안 할 것이다. 한국야구에 적응하는 시기를 줘야 한다. 지금 빵빵 터지는 게 좀 더 이상하잖아요”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확실히 여유가 있다. 미소를 짓더니 “시범경기에 잘 치면 그게 더 걱정된다. 타자들은 그래프가 있으니까. 누구든 2타수 2안타를 치면 빼 버리려고 했다. 다행히도 페이스가 안 올라와서 계속 타석에 들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KIA와 꽃범호의 인내가 시작됐다. 최소 1개월 이상 기다려봐야 한다.
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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