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구속 안 나와도, 구위는 자신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현은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LG 트윈스와 홈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2이닝 동안 투구수 29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김태현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고교 3년 통산 36경기에서 9승 5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했고, 평균 구속과 수직 무브먼트 등에서 이미 프로 선수들을 앞지른 만큼 롯데는 과감히 김태현에게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김태현은 올해 1차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2025시즌을 준비했다.
그런데 롯데는 스프링캠프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와 맞닥뜨렸다. 김태현이 몸을 만들어가던 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까닭이다. 이로 인해 시즌 준비 페이스는 당연히 떨어졌고, 김태현은 지난달 26일 구춘대회 오릭스 버팔로스와 맞대결에 한 차례 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당시 실점 없이 1이닝을 막아냈지만, 최고 구속은 136km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마운드에서 운영 능력은 굉장히 좋은 것 같다"며 지난 10일 김태현에게 시범경기 데뷔전을 안겼다.
10일 김태현의 최고 구속은 141km에 불과했지만, '특급유망주'는 주어진 조건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2-7로 크게 뒤진 7회초 마운드에 오른 김태현은 선두타자 이영빈과 4구 승부 끝에 1루수 땅볼로 데뷔 첫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문정빈을 우익수 뜬공, 송찬의를 좌익수 뜬공으로 요리하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첫 실점은 8회. 김태현은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2구째 138km 직구를 공략당해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으며 첫 위기 상황에 놓였다. 이후 박동원을 투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는데, 김현수와의 맞대결에서 폭투를 범했고, 이때 포수 손성빈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면서 2루 주자였던 오지환에게 득점을 허용했으나,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준 후 박해민과 김민수를 연달아 잡아내며 2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정규시즌은 아니었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처음 사직 마운드에 선 느낌은 어땠을까. 11일 취재진과 만난 김태현은 "일본에서 던졌을 때와 사직에서 처음 던졌을 때의 느낌이 달랐던 것 같다. 떨린 것도 있었지만, 느낌이 새로웠던 것 같다. 프로에 와서 관중들 앞에서 던진다는 게 좋은 경험이고, 또 앞으로 해 나가야 될 것이기 때문에 더 재밌게 하려고 한다. 다만 첫 등판이라 여유가 부족했다. 다음에 여유를 갖고 던지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첫 등판을 마치고 가족들로부터 격려의 연락도 받았다. "부모님과 삼촌께서 '잘하고 있다. 너무 부담 갖지 말아. 다른 데 보지 말고, 네 길을 가'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며 "형들과 선배님, 코치님들도 '언제 150km 던질래?' 하면서 장난을 쳐주시더라. 그래서 나도 장난으로 잘 받아들였다. 한 경기를 던짐으로써 형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현은 몸 상태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트레이너 코치님들께서 케어를 잘해 주고, 힘도 주셔서 부상이 있었음에도 캠프를 완주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상이 없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구속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구속은 무조건 올라온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경기 운영과 구위, 변화구에 대해서 더 생각을 하고 있다. (데뷔전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투구와 몸의 완성도가 올라온다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투수들은 일반적으로 구속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태현은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구속이 떨어진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유는 고교 시절 이런 상황을 한 번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루키는 "나는 원래 구속이 느렸을 때도 나의 공이 좋다고 생각했다. 구위가 좋다고 생각한다. 구속이 안 나와도 구위는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계속해서 김태현은 "(구속이 안 나왔던 고등학교 2학년 때도) 상대를 잘 잡았다. 구속은 신경 쓰지 않고, 내 공만 던지면 충분히 상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경기를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더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올라간다는 생각"이라며 신인에 어울리는 패기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올 시즌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1군 경기에 많이 뛰어야 경험이 쌓인다. 그래야 심리적으로 안정도 여유도 생긴다. 기회를 잘 받아서 오랫동안 1군에서 던지고 싶다"며 "나는 꾸준하게 잘 던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어제 배터리를 했을 때 (손)성빈이 형이 '여유를 많이 가져라'고 해 주시고, 마운드 내려와서도 '잘한다. 더 잘해보자'고 말씀해 주셔서 더 잘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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