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MBK·홈플러스·카드사, 고객에 손실 전가”
“회생 신청 직전 전단채 발행…고의성 짙어”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을 금융채권이 아닌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촉구했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서 ABSTB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ABSTB가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될 경우 우선변제될 가능성이 있다.
12일 오전 홈플러스 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은 “투자금은 홈플러스의 상거래를 지원한 상거래 채권”이라며 “금융당국은 피해자들이 노후자금, 주택구입자금, 자녀 결혼자금으로 평생 모아둔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구제하고 우리 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달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 ABSTB는 카드대금 채권을 유동화한 전자단기채권이다. 홈플러스가 물품 구매대금을 카드로 결제하면서 생긴 카드대금 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증권사를 통해 개인에게 판매됐다.
피해자들이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전단채의 분류에 따라 우선 변제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면 원리금 상환이 유예돼 원금 손실 우려가 있으나 상거래 채권은 우선 변제가 가능하다.
홈플러스도 상거래 채무는 정상변제하고 금융채무는 상환을 유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수한 ABSTB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면 상환이 지연된다. 피해자들은 “5일 회생 개시 결정 후 만기가 도래한 118억4000만원을 비롯해 10일에도 324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앞으로 약 4000억원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이 고의적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를 통해 820억원의 전단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전단채를 발행한지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3일 밤 12시 기업회생 개시신청을 했다. 피해자들은 “회생 신청 후 서울회생법원은 다음날 오전 11시 업무 개시 후 2시간 만에 회생개시를 결정했다”며 “이는 신속한 신청을 위해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거친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홈플러스와 현대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MBK파트너스가 짜고 친 판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주식의 약 68%를 보유한 소유주다”며 “세 카드사는 이번 사태로 단 한 푼의 피해도 입지 않고 손실을 전단채 투자자들에게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증권사 불완전판매 의혹도 제기했다. 70대 부모님이 ABSTB 2억원 어치를 매수했다 A씨는 “부모님이 평생 성실하게 모은 노후자금 2억원을 증권사 직원을 통해 유선으로 전단채를 매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카드대금 채권이라고만 설명을 들었다”며 “증권사에서는 어머니가 이해하지 못할 용어로 주식은 미국, 채권은 한국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보여진다는 문자로 투자를 권유했다”고 강조했다.
이의환 피해자 대표는 “사재를 털어서라도 위기를 막으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는커녕 회생 신청을 했다”며 비판했다. 이어 “김병주 회장의 개인재산만 14조원으로 알려져 있다”며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고의 회생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ABSTB와 CP 등을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들로, 해당 상품 판매와는 무관하다”며 “회생 신청 후에야 리테일로 판매된 것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관련 금융채권 발행도 매월 정해진 날짜에 주기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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