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메리츠화재, 인수 포기…MG손보 노조와 갈등 탓
금융당국 “3년간 매각 불발…독자생존 우려 커져”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MG손해보험의 매각이 또 무산됐다. 인수자로 나선 메리츠화재와 MG손보 노동조합이 고용 승계와 위로금을 두고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3일 메리츠금융지주는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메리츠화재가 MG손보 매각과 관련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노조와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끝내 인수를 포기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 MG손보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PA방식으로 인수하면 법적으로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가 나오자 메리츠화재 인수를 거세게 반대했다. 메리츠화재는 3개월이 지나도록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 돌입하지 못했다. 전날 메리츠화재는 전체 직원의 10%를 승계하고, 위로금 250억원을 주겠다는 최종협상안을 전달했다. 노조가 이에 불참하면서 거부 의사를 표했다.
이날 노조는 그동안 금융당국과 예보가 매각을 위한 실사 과정에서 전혀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메리츠화재는 실사 사전단계부터 MG손보의 영업상 기밀을 포함한 자료를 요구하고 노조가 실사를 방해했다고 호도하며 송사 진행을 통해 압박해 왔다”면서 “금융당국도 매각 협상 과정에서 청산과 파산을 운운하며 노동조합을 협박하다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자 결국 무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MG손보 매각 결렬은 고용승계 없는 P&A(자산부채이전) 방식이 부른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이며 메리츠화재의 과도한 실사 자료 요구 등이 맞물려서 벌어진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메리츠화재는 예보를 통해 지난달 28일까지 ▲실사 및 실사 이후 절차에 대한 노조의 실질적이고 완전한 협조 약속 ▲당사가 수용할 수 있는 고용 규모, 위로금 수준에 대한 합의를 노조에 요구했다”고 했다.
금융당국에서는 경영이 악화된 MG손보가 장기간 매각이 이뤄지지 않자 독자생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한 후 이미 약 3년이 경과한 상황”이라며 “매각절차가 지연되면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에서도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보는 MG손보를 두고 재매각이나 청파산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당국과 여러 방안을 논의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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