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간절한 마음이 가장 컸다"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김진욱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초고교급'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는 투수는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에서 매우 좋은 높은 평가를 받았고, 고교 '최동원상'까지 손에 넣었다. 이에 롯데도 3억 7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김진욱은 데뷔 첫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9경기에 등판해 4승 6패 8홀드 평균자책점 6.31으로 경험치를 쌓았는데, 이듬해 14경기에서 2승 5패 평균자책점 6.36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2023시즌에도 선발과 불펜에서 총 50경기에 등판했으나, 2승 1패 8홀드 평균자책점 6.44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3년 연속 평균자책점 6점대는 분명 롯데가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달랐다. 김진욱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나, 7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97으로 훌륭한 성적을 남기며 무력시위를 펼쳤고, 롯데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19경기에서 4승 3패 평균자책점 5.31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당초 김진욱은 2024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팔꿈치 부상이 발견되는 등 고심 끝에 군 복무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4선발'로 자리가 보장된 가운데 2025시즌을 시작하게 된 김진욱은 올해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프로 무대를 밟은 뒤 단 한 번도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 그런데 이 체인지업을 추가하게 된 과정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일면식도 없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를 찾아간 것이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쉽게 공략하지 못했던 무기. 김진욱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2025시즌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난 13일 취재진과 만난 김진욱은 '투구 패턴이 바뀌었다'는 말에 "경기에서 가장 잘 들어가는 공을 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공만 던질 순 없다. 다양하게 구종을 활용하려고 한다. 체인지업도 상황이 되면 욕심이 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던지고 있다"며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도 빼앗고, 스트라이크도 던질 수 있다. 지금으로써는 괜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려 15살이나 차이가 나는 '대선배'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물어보게 된 시점은 언제일까. 김진욱은 "지난해 마지막 경기 때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어서, 두 달 동안 준비하는 기간에서 힌트라도 얻기 위해서 여쭤봤는데, 잘 답변을 해주셨다"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론으로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놀랐다. 다른 감각으로 던지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봤고, 우리 외국인 선수들이 '중지를 세우면 각이 더 생길 것'이라고 말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구종 추가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립을 잡고 해당 구종을 던지는 방식으로 던진다고 하더라도, 실전에 사용할 때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진욱은 생각보다 짧은 기간 내에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특히 많은 선수들의 조언을 통해 자신만의 그립과 던지는 방법을 체득했다. 그는 "캠프 때 변화구 피칭을 많이 했다. 체인지업 비율도 많이 가져갔다. 트랙맨 수치를 많이 봤다. 보통 구종이 3~4년 걸리는데, 두세 달 정도 걸린 것 같다"며 "힌트를 얻어서 연습을 하게 된 것은 류현진 선배님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욱은 '류현진과 인연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간절한 마음이 가장 컸다. 그게 내게는 중요하다고 느꼈다. 변화구 제구도 필요하고, 잘하기 위해선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망설여지지 않았나'라는 물음에 "조금은 그랬지만, 내가 살아야 되니까. 살기 위해서였다. 워낙 많은 선수들이 물어봐서 아무렇지 않게 말씀을 해주시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군 복무를 미뤄가면서 선택은 1군 잔류. 때문에 지난해보단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열리는 아시안게임(AG)과 올림픽 등을 병역 혜택까지 노려볼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김진욱은 생각에 큰 변화를 줬다. 그는 "그동안 공 하나에 생각을 많이 하고, 볼이 됐을 때도 생각이 많았는데, 미련 없이 다음 공을 생각하려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야구를 못했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자고 했는데, 잘 되고 있다"며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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