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충분히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두산 베어스는 2024시즌이 끝난 뒤 수많은 고민들과 맞닥뜨렸다. 그동안 주전 유격수로 두산의 센터 내야를 지켜왔던 김재호가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고, '국가대표 3루수'였던 허경민 또한 옵트아웃을 통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뒤 KT 위즈에 새둥지를 틀게 된 까닭이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이승엽 감독은 올해 창단기념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매년 공격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강승호에게 주전 3루수 역할을 맡길 뜻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강승호가 3루수로도 시즌을 치러나갈 수 있을지를 확인하겠다는 뜻을 곁들였다. 하지만 두산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승호가 3루수로 이동하게 되더라도 주전 유격수와 2루수로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고민이 해결된 모양새. 이승엽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3루수 강승호를 확정했다. 게다가 2군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기 시작했던 박준영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1군 캠프에 합류, 연습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유격수에 대한 고민도 지워냈다. 그리고 이번 시범경기 기간을 통해 주전 2루수 역할을 맡길 자원까지 확보했다. 바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59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오명진이었다.
이번 시범경기 기간 내내 오명진의 타격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8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치른 첫 시범경기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으나, 이튿날 멀티히트를 기록하더니,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는 무려 3안타를 몰아치며 무력시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 앞서 오명진의 시범경기 타율은 무려 0.529였고, 이에 사령탑은 오명진에게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오명진을 상위 타순으로 기용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는 모양새였다. 사령탑은 16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그건 너무 욕심이지 않을까요?"라며 "오명진은 아직 1군에서 안타가 하나도 없다. 부담을 주기보다는 개막전에서 지금의 좋은 감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바랄 게 없다. 시범경기는 정규시즌과 다를 것이다.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것이다. 2루수 중에는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개막전 2루수는 오명진"이라고 말했다.
사령탑은 오명진을 언제부터 인상 깊게 지켜봤을까. 그는 "지난가을 캠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본 캠프에 왔을 때도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의 인상을 그대로 받았다. '처지지 않고, 몸 관리도 잘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습과 경기를 하는 모습에서 굉장히 진중하고 준비를 잘하는 타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전날(15일) 관문도 잘 넘었다는 것이 이승엽 감독의 설명이다. 사령탑은 "어제가 마지막 관문이었는데, 결과를 떠나서 공도 잘 보고, 처음 상대하는 좌완 외국인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본인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그리고 며칠 전 대타로 나가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담 올러를 상대로도 결과를 떠나서 좋은 싸움이 됐다는 것은 게임에 충분히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령탑에게 눈도장을 찍은 오명진은 16일 경기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오명진은 세 타석까지는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1-2로 뒤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의 네 번째 타석에서 키움의 조영건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폭발시켰다. 오명진의 안타로 기회를 잡은 두산은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가까스로 동점을 만들어냈고,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재호가 은퇴하고 허경민이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내야 교통정리가 쉽지 않아 보였던 두산. 이승엽 감독은 입국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유찬에게 먼저 2루수로 기회가 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에 평가는 완전히 바뀌었다. 2루에서 먼저 기회를 받게 된 것은 오명진이 됐다. 지금까지 1군에서 9경기 밖에 뛰지 못했던 오명진이 올해 라이징스타로 떠오를 수 있을까. 두산의 기대감이 크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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